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연지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명아의 방에 명아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태풍은오지 않았다. 개들은 여전히 갈매기 울 듯 울었다. 명아는 밤이지나고 아침이 밝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비탈진 골목에서 빗물이 콸콸 흘러내렸다. 연지는 머리카락에서 이마를 타고 눈으로 흘러들어오는 빗물을 연신 닦아내며 빌라의 현관문을 열었다. 여섯 개의 계단을 내려가 은색 현관문 앞에 섰다. 벌써 물이 찰랑였다. 이런 건 철저히 확인을해봐야 해, 하면서 도어록을 열었다 잠갔다 하던 명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거 덕분에 널 만난 거 아닐까, 하던 명아의 목소리도 떠올리며 박카스 병을 손에 꼭 쥐었다. 찬찬히, 비밀번호 다섯 자리를 눌렀다.

이선을 따라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이선의 일인데 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선이 공모에서 탈락할 즈음, 공교롭게도 내 작품이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작품에도 유행과 경향이 있는 건지, 심사위원이 바뀌면선정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과정이 투명한지도 알 수 없었다. 얼마간 공정하고, 또 얼마간 불공정했을 테다. 동료들이 이선에게 품었던 의심은 나를 향했다. 의혹과 의심에 답할 방법이 없었다.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나는 백팩에서 일회용 비닐 가방을 꺼냈다. 재료를 사려고들고 온 가방이었다. 나는 가방에 건물의 파편들을 담기 시작했다. 소장이 참지 않겠다는 듯, 호루라기를 더욱 세게 불었다.
소장이 흔드는 안전봉 방향에 따라, 덤프트럭 한 대가 내 앞을지나갔다. 바퀴에서 마른 흙먼지가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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