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나는 너 같은 애들을 알아.
-내가 말했다. 플루토의 피딱지가 느리게 지워졌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애, 그게 당연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애. 플루토의 동공이 유난히 검었다. 줄곧 너처럼 되고 싶었어. 나는 눈을 내리깔고 덧붙였다. 너처럼 사랑받고 싶었어. 플루토는 아픈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너는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야만하는 거야. 나의 목소리가 자꾸만 잠겼다. 너는 사실 사랑받고싶어 하니까. 플루토가 짧게 신음했다. 나는 솜을 버린 손으로플루토의 눈을 감쌌다. 차가워요. 플루토가 말했다. 나는 체질이 그렇다고 답하며 플루토의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벌레는 그냥 벌레일 뿐이고 해충과 익충을 구분 짓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어린 주원에게 꽤 인상적인 발견이었다. 그건 누군가에게 해로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이로울 수도 있다는 것과 그 기준을 나누는 것이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는 해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하지만 정말로 처음부터 해충으로 태어나는 벌레는 없는걸까?
주원은 거기에 대해선 선생님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주원은 공방에서 온갖 종류의 시럽들을 가지고 올라왔다.
바닐라, 헤이즐넛, 딸기, 초콜릿………. 그것들의 뚜껑을 열고 휘발유 뿌리듯이 거실 곳곳에 뿌리기 시작했다. 역할 정도로 달콤한 향이 삽시간에 뒤섞이며 퍼졌다. 이상하리만치 아무런감정도 들지 않았다.

제가 태어났을 때 손가락이 여섯 개였대요.
그래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제거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도 제 오빠는 늘 저를 육손이라고 불렀어요. 사람들은 가끔 무슨 짓을 해도 우리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 것처럼 굴어요.

"설명할수록 내가 깎이는 기분이라 그랬어."
나는 그 말이 사무치도록 이해가 되어서 더 슬펐다. 정선의 팔을 쓸어내렸다. 부드러운 팔에 내 팔을 대고 마찰하자우리에게 무언가 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혹은 그들은 고작 타일을 깨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데, 마음이라는 건 너무 쉽게 깎이는 것이다. 보수하려면 큰공사가 필요한 일인데도. 그러나 나는 공유주택에서 원하는걸 제대로 얻지 못했고 정선이는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걸 얻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그 미세한 감정과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시절 같은 것들. 그렇게 비로소나는 내가 머물러 있던 자리에, 나만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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