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될 터인데팽이는 나를 비웃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이 멀고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과 같이내 앞에서 돈다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된다는 듯이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으로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나는 한밤 내 운다.
뭇 발에 밟히어 진탕이 될 때까지눈을 희다고만 할 수는 없다. 눈은우모처럼 가벼운 것도 아니다.
모두 서둘고, 침략처럼 활발한 저녁내 손은 외국산 베니어를 만지면서귀가하는 길목의 허름한 자유와뿌리 깊은 거리와 식사와거기 모인 구리빛 건강의 힘을 쌓아 둔다. 톱날에 잘려지는 베니어의 섬세쾌락의 깊이보다 더 깊게파고 들어가는 노을녘의 기교들. 잘 한다 잘 한다고 누가 말했어. 한 손에 석간을 몰아 쥐고빛나는 구두의 위대를 남기면서늠름히 돌아보는 젊은 아저씨. 역사적인 집이야, 조심히 일하도록.
사랑을 보듬고 울고 있는 사람들, 한 하늘과한 세상의 목마름을 나누어 지니면서저렇게 저렇게 용감한 사람들, 가는 사람들. 아직은 똑똑히 우리도 보고 있어야 한다.
시를 쓸 때는 언제나 굶주림으로, 술이 깬다음날 새벽의 목마름으로, 저 혼자 억울한 자유로, 그렇게 나는 나의 예술을 키워 왔다. 내 시는 무디어 칼을 무찌르지 못하지만어리석게 어리석게 나를 이겨 낸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 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곁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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