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주제와 관련하여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만을 상상한다. 이 연관성은 밀접하다. 사실, 결정적이다. 작가의 민낯이라는 원료로 만들어지는 서술자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서술자가 페르소나가 된다. 그의어조, 그의 시각, 그가 구사하는 문장의 리듬, 관찰하거나 무시할 대상은 주제에 맞게 선택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가장 크게 보여야 하는 것은 서술자 혹은 페르소나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이 서술자-페르소나에게 충실했고, 머지않아 더할 나위 없이 몰입하게 되었다. 나 혼자서는,
일상의 나로서는 할 수 없었을 이야기를 하는 이 타자와의 만남을 날마다 고대했다. 그를 발견한 행운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행운이라고). 그의 스타일, 너그러움, 초연함(나로부터의 휴식이라니!)이 감탄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깨달음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회고록과 에세이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 논픽션 페르소나가 얼마나 기나긴 역사를 살아왔는지, 문화적 변화에 얼마나잘 적응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세기가 저물어가면서 ‘자아 찾기‘의 개념이-실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 자아가 온전하는 파편적이든, 현실적이든 이질적이든, 친밀하든낯설든, 논픽션의 페르소나는 소설과 시의 페르소나가 그렇듯놀라우리만치 강하게, 지략을 발휘해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조해왔다. 새천년의 도래와 함께, 무슨 이야기가 됐건 그것을 담을 상황과 이를 해석하여 진실을 말할 서술자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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