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와 똑같은 거짓말을 어쩌면 결혼할지도 모를 남자에게 느닷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 유명한 4월 1일, 만우절, 밤 아홉시 이십분에, 이 거짓말……….
크리스털 화병을 내밀면서 라일락을 말하던 이모 집 정원에도라일락이 없다. 이모 집만이 아니고 그 동네 담장 위로 확인할 수있는 잘사는 집 정원의 수종(樹種)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라일락이 포함되지 않는다. 라일락은 그 화사한 자태와 향기와 멋들어진 이름에도 불구하고 부잣집 정원에 선택되지 않고 초라한마당의 한 뼘 땅에서 더 많이 존재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 나는 봄이 오면 늘 라일락을 주목했다. 내가 나무라면 나는 라일락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거듭 말하지만 우리 집에는 한 그루의 라일락도 없다.
그래도 어머니는 요즘 무척 행복할 터였다. 진모가 무슨 생각인지 매일 저녁 늦지 않게 돌아와서 자기 방에 불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어머니 표정은 저절로 환해졌다. 냉장고 속에 진모가 좋아하는 갈치토막이 빠지지 않는 것도 다 그 탓일 것이었다. 나는 절대갈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그럴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왜냐하면 갈치는 아버지가 몹시 탐하는 생선이었고 그래서 진모가 그 습성을 물려받은 것이므로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이렇게 해석해보았다. 김장웁니다. 안진진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서 쓸쓸하게 남도로 떠납니다. 쓸쓸함이 가시면 돌아오겠습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한 김장우의 전화 메시지 때문에 나는 쉽게 하늘색 전화기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동전은 넘치도록 많은데, 뒤에서 빨리 끊어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조용조용 꽃가지를흔들고 있는 라일락은 저리도 아름다운데, 밤공기 속에 흩어지는이 라일락 향기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은은하기만 한데..…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모자란 시간 때문에 한없이짧다. 또한,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무엇이든 다 이룰수 있을 만큼 한없이 넉넉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한 달 동안 사랑을 완성할 수도 있고 또한 사랑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도 있다. 6월이 지나고 7월이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을 알았다. 지나간 한달이 나와 김장우의 사이를, 그리고 나와 나영규와의 사이를 깜짝놀랄 만큼 발전시켜 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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