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잡을 수 없이 수다스러워지다가 무엇에 놀란 것처럼 입을다물었다. 수다가 걷잡을 수 없었던 것보다 더 지독하게 수치심을걷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실수로 중인환시에 속바지를 까내렸다가치켜올린 것처럼 황당하고 망신스러웠다. 다행히 그가 내 치부를본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나는 속으로 그럴 리가 없어, 저 자식은시방 능청을 떨고 있는 거야라고 은근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 난 당신처럼 딸만 있는 주제에 천연덕스럽게 행복한 체할 수있는 남자가 이 땅에 있다는 게 께름칙한 걸 떨쳐버리지 않으면 미치겠단 말야, 이런 눈빛으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뭐 이런여자가 다 있나 진저리가 난 티를 감추지 않다가 용케 자제하고 냉정한 얼굴이 됐다. 나는 그가 억지로 가다듬은 냉정 뒤에 지친 듯 희미한 연민이 번득이는 걸 본 것처럼 느꼈지만 어째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