켕가와 같은 암컷 갈매기들은 대연회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데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오징어와 정어리까지 준비된 호화판 축제였다. 그 사이에 수컷들은 벼랑 끝에 둥지를 틀고 암컷들은그 둥지에서 알을 낳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위협이 있어도 그 알들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조금 지나 알을 깨고 나온 새끼들에게 깃털이 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가 이번 여정에서 가장 극적인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저 아름다운 비스카야 창공에서 어린 새끼 갈매기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 말이다.
"소르바스야, 저 배 보이지? 너, 저 배가 어디서 오는지 아니? 저배는 라이베리아에서 오는 거야. 그 나라는 아프리카에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나라란다. 예전에 흑인 노예였던 사람들이 세운 나라거든. 나는 이 다음에 커다란 범선의 선장이 되어 라이베리아로 갈테야. 너도 데리고 갈게. 소르바스, 너는 훌륭한 바다 고양이가 될거야. 내가 확실하게 보증하지."
소르바스는 집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 않았다. 꼬리를 바짝 세워흔들면서 총총걸음으로 생선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얼마 후, 고개를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이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는커다란 새의 앞을 지나쳤다. 그 새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부리 밑에는 커다란 모이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소년은 고양이를 팔에 안으면서 토닥거렸다. 소년과 고양이의 우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둘 사이의 우정이 벌써 5년째 계속 되고 있었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는 모처럼 편안하게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4주 동안은 내 세상이다! 그러나 이웃집에 사는 소년의 친구가매일 올 것이다. 소르바스에게 통조림 먹이도 주고 작은 자갈이 깔린 고양이 집을 깨끗이 청소해주러 말이다.
몸집이 큰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는 신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앞으로 수 시간 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르바스는 마냥 즐거워할 수 있었다.
켕가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쭉 폈다. 그러나 커다란 파도가 몸 전체를 덮어버렸다. 가까스로 물 위로 떠오른 켕가는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 젖혔다. 눈앞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듯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켕가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는 것은 오염된 바닷물의 기름 탓이라는 사실을.
캥가는 온몸의 근육에 경련이 일 정도로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 마침내 기름 덩어리의 중심부를 벗어나 비로소 깨끗한 물과 만날수 있었다. 눈에 묻은 기름을 씻어내기 위해 머리를 물에 담그고 수없이 눈을 깜빡였다. 마침내 눈가의 기름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그제야 캥가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다와 광활한 둥근 하늘 사이에 끼여 있는 몇 조각의 구름뿐이었다. 아레나 로하 등대의 갈매기 떼들은 이미 멀리, 저 멀리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켕가의 운명이었다. 그래서 켕가는 생각했다. 차라리 커다란 물고기의 입속으로 빨리 없어져버리는 것이 더 나으리라고.
그는 은빛 날개로 하늘을 날며,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이따금 정박 중인 대형 유조선들은 안개가 짙게 깔린 틈을 이용해서 탱크 속을 청소하기 위해 먼 바다로나갔다. 그들은 독한 유해 물질 수천 리터를 바다에 내버렸다. 그러면 거기서 쏟아져 나온 이물질과 찌꺼기는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바다 위를 둥둥 떠다녔다.
싱가는 힘없이 물 위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일생중 가장 길고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죽음의공포에 떨면서 자문해 보았다. 혹시 죽음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모습의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고기 밥이 되는것보다 더 끔찍하고, 질식의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로 굶어 죽는 것이 아닐까? 그는 죽음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통 전체를 뒤흔들어댔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기름에 젖은 날개가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은빛 깃털은 검은 농축 물질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날개는 최소한 펼 수 있었다.
그는 몸이 무거워지고 날개의 움직임이 갈수록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더 이상 높게 날 수도 없었다. 이제는 지금의 고도를 다시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켕가는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 힘을 다해 활갯짓을 했다. 얼마동안이나 눈을 감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켕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황금빛 첨탑 위를 날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르바스는 갈매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갈매기는 날개를 접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다지 우아한 착륙은 아니군." 소르바스가 점잖게 말했다.
"죽는다고? 그런 소리 마. 너는 단지 피곤하고 약간 지저분할 뿐이야. 그게 전부야. 그런데 이왕이면 동물원으로 날아가는 게 어떻겠니? 동물원은 여기서 그리 멀지도 않아. 거긴 너를 도와줄 수의사들도 많아"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알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해줘." 갈매기가 가까스로 목덜미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그 알을 보호해줄게." "마지막으로,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약속해줘." 갈매기는 고양이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소르바스는 이 불쌍한 갈매기가 단지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소르바스는 앞발 한쪽을 천천히 쭉 폈다. 그리고 성냥개비 길이만 한 긴 발톱을 뽑아내어 그 도발자들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어때, 이게 맘에 드니? 아직 이런 게 아홉 개는 더 있지. 네 척추에 매운맛 좀 보여줄까?" 소르바스는 매우 침착하게 위협했다.
세끄레따리오는 이렇게 말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꼴로네요는 나이를 알 수 없는 고양이였다. 어떤 고양이들은 식당 문을 연 햇수와 똑같은 나이라고 하고, 또 다른 고양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꼴로네요의 나이는 전혀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곤경에 처한 많은 고양이들에게조언을 해주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의 조언이 어떤 문제를 꼭 해결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최소한 기운을북돋워 주는 역할은 했다. 꼴로네요는 비록 늙었지만, 아직도 항구의 모든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권위를 지닌 존재였다.
"무엇이든지 도와주겠네. 카로 아미코, 세끄레따리오! 우선 이친구에게 오전에 먹었던 ‘라자냐 알 포르노‘(오븐에 구운 라자냐 요리. 이탈리아 파스타의 일종)를 좀 대접하게나."
"그러지 말고, 우리 모두 같이 가지. 이 항구에서는 고양이 한마리의 문제가 곧 항구 고양이 전체의 문제니까." 꼴로네요가 근엄하게 말했다.
사벨로또도는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곳에 살고 있었다. 처음 보기에는 진기한 물건을 파는 무질서한 상점 같기도 했고, 불법 박물관 혹은 쓸모없는 기계들을 모아놓은 창고, 아니면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런 책들이 쌓여 있는 도서관 같기도 했다. 또는 이름붙이기조차 어려운 도구들을 발명한 어떤 발명가의 실험실 같기도했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어떤 것보다도 더 한, 이상한 곳이었다. 이름하여 ‘항구의 하리 전시장‘
하리는 마스코트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침팬지 마띠아스였다. 마띠아스는 매표를 하면서 안전을 담당했고, 가끔씩나이 많은 뱃사람들과 체스를 두었다. 물론 썩 잘 두지는 못했다. 침팬지는 맥주를 즐겨 마셨고, 항상 거스름돈을 적게 주려고 했다. 또 다른 마스코트는 사벨로또도였다. 작고 바싹 마른 회색 고양이인데,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 있는 수천 권의 책들을 연구하는 데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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