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詩가 그리워
글씨를 써봅니다.
글씨를 읽어봅니다.
문득 내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어봅니다.
언젠가 잘라버린 내 팔,
베어진 그 부위의 기억이 소름돋습니다.
고통처럼 행복처럼 소름돋습니다.

그러면 다시 말해볼까.
삶에 관하여, 삶의 풍경에 관하여,
주리를 틀 시대에 관하여.
아니 아니, 잘못하면 자칭 詩가 쏟아질 것 같아
나는 모든 틈을 잠그고나 자신을 잠근다.
(詩여 모가지여,
가늘고도 모진 詩의 모가지여)
그러나 비틀어 잠가도, 새어나온다.
썩은 물처럼,
송장이 썩어나오는 물처럼.

답신을 기다리지는 않아요.
오지 않을 답신 위에
흰 눈이 내려 덮이는 것을
응시하고 있는 나를 응시할 뿐.
모든 일이 참을 만해요.
세포가 늙어 가나봐요.
가난하지만이 房은 다정하군요.
흐르는 이 물길의 정다움,
물의 장례식이 떠나가고 있어요.

속절없이 한 여자가 보리를 찧고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보리를 찧고, 그 힘으로 지구가 돌고

내가 이 잔을 다 비울 때까지
내가 꿈속에서 다시 한번만 돌아누울 때까지
내가 내 시야를 스스로 거둘 때까지

자세히 보면 고요히 흔들리는 벽,
더 자세히 보면 고요히 갈라지는 벽,
그 속에서 소리 없이 살고 있는 이들의 그림자,
혹은 긴 한숨 소리.
무엇을 더 보태고 무엇을 더 빼야 할 것인가.
일찍이 나 그들 중의 하나였으며
지금도 하나이지만,
잠시 눈 감으면 다시 닫히는 벽,
다시 갇히는 사람들.
갇히는 것은 나이지만,
벽의 안쪽도 벽, 벽의 바깥도 벽이지만.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나는 나를 모르고
무지한 돌멩이처럼 채이면 차이는 대로
잠시 굴러갈 뿐, 굴러다가 멈출 뿐,
이 후반전 인생은맥도 긴장도 없이,
그러나 얼마나 두려운가,
속살 밑의 속살이 속살 위의 속살이 모르게
저 혼자 울부짖는.

미처 깨어나지 못한
내 머릿속 공장에서는 뇌세포들이
샛된 새소리들을 실[M] 삼아
꿈과 생시를 넘나들며
황홀한 환상의 숲을 짜고 있다.

창가에서
창가의 無의 침상에서
나는 한평생을 손짓으로
흘려, 흘려보낸다.

오늘 밤 깊고 깊은
골방의 심연에서
죽음은 불을 밝힌다.
불을 켜도 골방의 내부는 어둡고
어두운 가운데 죽음만이 홀로
심장의 불을 켜들고
환히 녹으며 타오른다.

유혹이여 그때 스며들지 않았겠는가.
유혹이여 그때 스며들고 싶지 않았겠는가.
나는 안다너의 유혹에 내가 굴복했음을,
나의 유혹에 마침내 너의 유혹이 굴복했음을.

심혈을 기울여 해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한 사람이 죽고
심혈을 기울여 지구가 돈다, 돌 때,
나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세계를 내다보고

당신의 외로움이 날 불러냈다.
내 그리움이 당신을 불러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만나찬란하구나.
이 밤의 숱한 슬픔의 천적들이 만나
다정히 꼬리를 깨물고 깨물리우는
이 밤 슬픔의 불꽃놀이여.
當代의 當代의 슬픔의 집합들이여,

우리 서로 비밀스런 추억을, 비밀스런 치욕을
아파라 아파라.
서로 몰래 밟으며, 짓밟으며

굴복할 때 사랑은 가장 아름다워
가장 강한 강함이든
가장 약한 약함이든
그것에 굴복할 때
사랑은 가장 아름다워

이 허약한 난간에 기대어
이 허약한 삶의 규율들에 기대어
내가 뛰어내리지 않을 수 있는
혹은 내가 뛰어내려야만 하는
이 삶의 높이란,
아니 이 삶의 깊이란.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추느니
이 유연한 팔과 다리,
평생토록 내 몸이
얼마나 잘
네 리듬에 길들여졌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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