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가를 맴도는 그레고리안 성가그들의 강해 소리 낮게 들리고눈 아래 저잣거리는 저세상처럼 아득하다
상형문자로 불안한 잠꼬대를 하고마침내 도시의 아침은 모퉁이에 숨어 기다려요밤은 찾는 자의 것당신은 모르죠?
비둘기들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혼자 죽는다고 한다남산에도 시청 앞에도 공원에도 비둘기의 주검은 없다떼 지어 날아오르던 검은 지붕들붉은 발자국 찍히던 보도블록에도 없다누구 본 사람 있나요? 제 몸 태울 땔감 지고 길 떠나는 인도 노인처럼 비둘기는따가운 햇살 한짐 지고 도시를 떠났을까적멸의 푸른 깃털 하나 어디에 내려놓았을까
내 이웃 중의 이웃 베다니 집나사로는 없고 마음 가난한 할머니 몇분배나무밭 옆 눅눅한 집 한채모로 누워 혹은 조그맣게 쪼그리고얇은 햇볕에 지푸라기 육신 내다 말리고 계신다나귀 새끼는 보이지 않고등불 든 신랑은 아직 오지 않고늙은 잇몸처럼 하늘도 내려앉아철없는 참새들만 식은 굴뚝 위에서 짹짹거리는막다른 골목에서 그래그래고개 주억거리며부르튼 길 끝 내다보고 계신다그 끝에 우두커니 내가 서 있다
너의사랑은고향집우물보다더아득하다 그우물속의낡은두레박보다더무겁다 두레박속의넘치는물보다더차다 그물속에잠긴달보다더외롭다 달속의토끼그토끼의눈보다더서럽다
느닷없이 머리가 아프면서, 그리고열이 약간 있으면서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나 샤워를 해야 하나해장국을 먹어야 하나 불고기를 먹어야 하나허기가 들면서산책을 할까 영화를 볼까보험을 들까 노래방을 갈까 말눈물이 나면서점점 어지러워지면서 처참해지면서너를 처음 만난 날
몇번이고 발을 헛디뎠다 그날 밤에도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시지 않았다
손금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동서남북 가는 곳마다 막다른 골목이야촉촉이 땀이 배인 좁은 길들잔금으로 어지러운 구겨진 대로들유사 이래로 길들은 늘 덜컹거렸지거미들은 끝없이 운명의 줄을 뽑아내고우연처럼 깜박이는 신호등마른 강물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증발해버렸어촘촘한 문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낡은 조감도칼자국 같은 깊은 상처 하나아프게 접혀 있네않겠다
헤엄쳐서 갈 수밖엔 없다 그곳에언젠가는 작은 방 하나 숨겨놓고 그 속에서내 지리멸렬의 생을 되돌려주겠다낮이면 죽은 듯 잠만 자다가 밤이면 귀 세우고캄캄한 기억들 불러모으겠다그 부유하는 기억들 속에 몸 담그고 긴 밤 견디겠다
그러고도 시간은 남아 생애가 저무는 더딘 오후에 탁자 위 소국 한 송이 혼자서 핀다
해는 지는데 나뭇가지에서 떨고 있다가야 할 길과 지나온 길을 지우며 등 구부려가야지 가야지찢긴 플래카드처럼 낙심에 떨며차가운 낮달 사이로 흩뿌리는 겨울비머리 기댈 마른 잎 하나 없는 굴욕의 빈 가지 위에서저 무한천공 갈 길은 아직 먼데감기는 눈 치켜뜨며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지온몸 쪼아대는
마른 봄바람에 먼지 뒤집어쓰고 짜증나 볼 부어 있던 목련 봉오리들 봄비 한나절 다녀간 뒤 금세 함박웃음 터져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네 허리 흔들며 들뜬 웃음소리 뜰 안이 소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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