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상태는 오감으로 느껴야 하는 만큼 사람의 손길이 :요한 관측의 영역이지만 이제는 기상위성이 내려다본 구름 영상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기도에서 구름 기호가 하나둘 사라져가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심의 바쁜 일과 중에눈앞의 숙제나 걱정에 쪼들리다 보면 하늘을 쳐다볼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하늘에는 프레임에 갇힌 풍경이나 아이맥스 영화와는 비견할 수 없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자연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은 늘 우리 곁에 있다.

태양은 공평하게 사방으로 빛을 내보내지만 땅이 받는 일사랑은 지역마다 다르다. 지구가 둥글게 생긴 탓이다. 적도 지역은햇빛의 부국이고 극지는 햇빛의 빈국이다. 한쪽은 쌓여가는 부를시키고자 하고 다른 쪽은 부족한 부를 빼앗아 오기를 꾀한다. 그사이에 첨예한 대치 전선이 펼쳐진다. 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 한가운데에서 국지전이 일어난다. 눈이나 비가 내그리고 바람이 잦아들면 전선은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전선이곳곳에 남겨둔 생채기는 이 땅의 곳곳에 고루 에너지를 나누어주기 위해 햇빛이 연출한 날씨의 드라마일 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서부 해안가 도시나 튀르키예의 앙카라를 비롯한 지중해 도시는 한반도와 같은 중위도권에 속해 있음에도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여름이 건조하다. 그래서 이 도시들은 한여름 태양 아래에서도 그리 덥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습도가 낮으면 땀을 통해 금방 체내의 열이 빠져나간다. 해수욕을 즐기다 뭍으로 나오거나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금방 서늘하게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편 겨울철에는 해풍이 불어와 추위가 그리 심하지 않고 대신 비가 자주 내린다.

한편 겨울이 되면 일사량이 줄어들면서 육지가 바다보다 빨 식는다. 이번에는 바다에서 상승한 공기가 육지에서 하강한다.
대륙에는 고기압이 발달하고 바다에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우리나라는 겨울이면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으로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한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북태평양 고위도에 놓인 알류샨저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불고 추적추적 비가 오는 겨울 날씨를 보인다. 지중해 도시들은 북대서양의 아이슬란드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을 타고온화한 바다의 해풍이 들어온다. 그 덕분에 기온도 영상에 머무르고 비가 자주 오는 날씨를 보인다.

폭풍의 한가운데에서는 거센 바람에 얼굴을 들기조차 어렵고 눈앞은 캄캄하다. 뮤지컬 <회전목마(Carousel)>에서 네티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상심하는 줄리를 위로하며, <당신은 절대 혼자 걷는 게 아니에요(You‘ll Never Walk Alone)>를 불러준다. "…………폭풍우 속을 헤맬지라도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맞서 걸어요. 폭풍우의 끝자락에 가면 종달새가 달콤하게 은빛 노래를 들려주리니." 갑자기 불행이 덮치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개를 들고 전진한다면 도움의 손길도 자연히 뒤따라올 것이다. 어두운 터널도 끝이 있듯이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하늘이 다시 열리고 햇살이 비친다.

그렇다면 수증기가 가장 적은 곳은 어디일까? 사람의 손이닿지 않는 차디찬 우주다. 별과 별 사이의 우주 공간은 물질이 거의 없는 텅 빈 곳이다. 지구의 대기는 중력으로 지구 표면에 달라붙어 있다. 대기 중에서 가벼운 기체일수록 좀 더 외계로 뻗어나가 지표면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우주와의 경계를 형성한다. 이 지점부터는 수증기가 전혀 없는 가장 건조한 곳이다.
설령 수증기를 이곳에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워낙 낮은 기온 탓모두 얼음이 되어 습도는 여전히 0퍼센트다. 밤하늘에 보이는혜성의 꼬리는 대부분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주변에서 수증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양 덕분에 지구상의 기후구라는 대기의 질서가 유지된다. 열대지방에서는 햇빛을 듬뿍 받아 상승하는 공기가 연일스콜을 쏟아내며 열대우림기후를 가져오지만, 인접한 아열대에서는 바로 그 공기가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하강하며 건조한 사막기후를 만들어낸다. 햇빛의 힘으로 대기가 지구상의 습한 지역과건조한 지역을 갈라놓는 것이다. 에어컨을 구동하는 동안 뜨거운바깥 공기는 한사코 실내 공기와 섞이려 하지만 전기의 힘이 실내의 차가운 공기와 바깥 공기의 기온 차를 벌려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나의 기포는 오랜 여정 끝에 극지에 당도한다. 우선 하나의 눈송이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머리 위에 방금 내려앉은 눈송이는 구름 속에서 100만분의 1의 경쟁률을 뚫고 내려온 행운아다. 구름 안의 작은 방울이 100만 개 이상 모여야 하나의 눈송이가 되기 때문이다. 구름 안에서 주변의 수증기나 과냉각 물방울이나 다른 얼음 결정을 먹으면서 100만 배나 덩치를 키운 것이다.

지상에 내려온 다음에도 눈송이끼리의 경쟁은 계속된다. 작은 눈송이에서 기화한 수증기는 큰 눈송이에 달라붙는다. 그렇게큰 눈송이는 살이 통통해지면서 점점 커지고 작은 눈송이는 쪼그라들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런가 하면 결정의 모양이 복잡한 눈송이의 표면에서도 별이나 바늘처럼 볼록 튀어나온 곳은 표면장력이 커서 쉽게 수증기가 기화하는 반면 움푹 파인 곳은 표면장력이 작아 주변의 수증기가 쉽게 달라붙는다. 이렇게 빈틈이 메워지면서 현란한 별 모양이었던 눈송이는 점차 둥그스름하고 볼품없고 평범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뇌우리나라에 흔한 함박눈과 달리 타이거 산림지대에서 극지까지의 추운 지방에는 가루눈이 내린다. 차이콥스키의 발레곡<호두까기인형>에서 마법에 걸린 클라라는 꿈속에서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어느 순간 눈의 나라에 당도한다. 이곳에는 전나무처럼 뾰족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속에 가루눈이 사뿐히 내린다.
나무도 들판도 온통 눈으로 하얗게 빛난다. 초록 조명 사이에서군무를 추는 발레리나들은 마치 눈송이처럼 사뿐사뿐 내려앉다가 다시 바람에 날아오르고 이내 곧 정숙하게 설원 위에 미끄러져서 잠을 청한다. 눈의 요정이 있다면 이런 곳에 머무르지 않을까.

날씨 전선에 안전지대는 없다. 밤낮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오는 불청객을 맞이하느라 기상예보 본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않는다. 남서쪽 해상에서 들어온 비구름이 물러나나 싶으면,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와 큰 눈을 뿌린다. 한파가 누그러든다 싶으면 황사가 날아들고 먼지 농도가 올라간다.

기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으면 평소보다 서둘러 야간 근무지로 향한다. 낮에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서인지 머리는 둔기로 얻어맞은 듯이 여전히 멍하다. 밤새 자료와 씨름하며 여기저기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새벽 5시에 정규 일기예보를내보내고 나면 무거워진 눈꺼풀 사이로 졸음을 참느라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애써 태연하게 일근 조와 교대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음번 야근에는 어떤 날씨가 날괴롭힐지 걱정이 앞선다.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들은 각자의 온도에 따라 끊임없이 적외선을 방출하며 에너지를 잃는다. 어디선가 에너지를 받지 못하면 대기의 온도는 계속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대기층을 통과한햇빛이 지면을 달구면 지면의 온도가 올라가고 지면 부근에서 난류가 일어난다. 이 난류가 지면의 열을 대기로 끌어올려 대기를다시 덥혀준다. 햇빛이 지면과 가까운 아래쪽에서부터 대기의 온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산은 우리 민족이 이 땅에 터를 잡고 살기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람이 땅의 지세에 순응하여 흘러왔듯이이 땅도 대기의 숨결을 받아들였다. 오랜 세월 이 땅은 바람이 부는 대로, 비나 눈을 맞는 대로 깎이면서 그렇게 다듬어져왔다. 완만한 언덕을 오를 때는 부드러운 비와 이슬을 느낄 수 있고, 가파암반 기슭을 오르는 동안에는 바람의 거친 손자국을 그려볼수 있을 것이다. 등반을 하다 보면 하루 동안에도 여러 개의 기후대를 통과하게 된다. 마주치는 동식물과 토양의 미생물은 날씨에적응한 그들만의 삶을 속삭인다. 우리는 산의 날씨가 특이한 것에 놀라지만 날씨는 자연의 원리에 따라 산과 그곳에 머무는 생명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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