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요가를 통한 수행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여름 캠프에서 헤어진 후 다시 자크를 만나진 못했지만, 그의 가르침은 훗날 주인공들이 의식적인 유체이탈상태에서 천국에 도달하기 위해 우주를 항해하는 내용인소설 타나토노트」의 바탕이 되었다.

신문 창간을 통해 나는 열다섯 살에 무에서유를창조하는 경험을 했다. 오래된 낡은 체계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만의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하며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진취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을 함께 만들던 파브리스가 그즈음 소개해 준 책 한권은 문학의 신세계를 열어 줬다.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의『파운데이션』 작가는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인류의 진화에 대한 논리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미래가 그것을 일관성 있게 상상하는 이들의 것이라고확신하게 되었다. 아시모프 덕분에 현실의 뉴스를 나만의시각으로 읽어 내고 그에 따른 후속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있게 되었다. 체스에서 말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게임의시나리오가 달라지듯이, 현실에 미래의 여러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철학자들이 <지혜를 향한 사랑>이라는 어원적 뜻을지닌 철학을 하는 게 아니라, 암기해 놓은 문구로 이뤄진지식을 과시해 다른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저 놀라웠다. 다비드가 얘기하는 동안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느라 근심 걱정을 싹 잊고 있었다. 노란 테니스공 하나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그 궁금증하나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날씨가 화창했다. 아래쪽 대피소가 시야에 들어올 만큼 맑은 날씨에 하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허기진 상태에서 첫 번째 대피소 일행과 합류해먹은 아침은 꿀맛이었다. 좌절감과 기다림이 충족감을 배가해 준다는 증거겠지

「앞으로 보조 교사 일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저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말씀 감사히 들었습니다. 방금 정치의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얼핏 깨달은 것 같아요.」그 일은 내가 힘의 관계가 지배하거나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그 긴장감 넘치던 경험은 나중에 소설에서 비슷한 장면을 묘사할 때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열일곱 살에 읽은 인터뷰 기사에서 (고등학교 과학 계열진학에 실패한 내게 큰 위로가 되어 준 소설들을 쓴 작가프레데리크 다르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철저한 시간 관리가 필수인데, 그 자신은 매일 아침 네 시간씩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다시 버전 C를 완성했다.
심장 수술이야 한 번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소설은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다. 그게 글쓰기의 최대 장점이다.
당시 틈틈이 읽던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살람보』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해 가을에 수강한 형법과 민법, 혼인법 강의에서 교수들은 입양, 이혼, 상속, 가정폭력, 이웃과의 재산권 분쟁 등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법이라는 것은 결국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쩨쩨한 상대방보다 내가 더 이익을 취할 방법을 찾아내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듄』은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물리적 경험이다.
그 책에는 말을 하는 등장인물의 머릿속 생각이 글로 적혀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아주 긴 대화를 읽게 되는 셈인데,
이를 통해 말 뒤에 감춰진 인물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과학자 출신인 저자 프랭크 허버트는 장기간 사막에서 사구()의 움직임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물이 전혀 없는 생태계를 상상해 낸다. 전권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나는 궁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말과 생각 사이에는얼마만큼의 간극이 존재하는 걸까?

나는 이야기 전체에 불안감을 깔고 긴장감을 높일 목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더욱 섬세하게 다듬었다.
소설을 여러 번 고쳐 쓰는 습관은 그때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런 작업을 상대가 가진 구슬의색깔과 배치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여러 조합을 시도해야하는 <마스터마인드> 보드게임처럼 생각하며 한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선 이렇게 해야 한다.
1) 독자에게 이야기의 대략적인 밑그림을 보여 준다.
2) 중요한 뭔가를 계속 숨긴 채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3)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자잘한 요소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 준다.
4) 마지막에 가서 한 방에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놀라움을 선사한다.

5) 놀라움 속에 마술이 끝나는 것으로 등장인물들의 여정이 마무리되면, 이야기 전체의 극적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터치를 추가한다. 일명 〈체리장식 효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는 내 사촌 누나 애비의 집에 머물렀다. 애비는 할리우드에서 소품 담당자로 일했고 매형은 SF 드라마 「V」의 시나리오 작가였다. 한번은 외출했다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창문을 넘어 누나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다섯명의 노인이 나타나 우리를 제지하는 게 아닌가. 그 민간순찰대가 목줄로 붙잡고 있던 맹견들이 우리를 향해 사납게 짖어 댔다. 순찰대원들은 자초지종을 듣고 누나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에야 우리를 놓아줬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안전 문제를 절대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는 걸 그때알게 되었다.

파리 10구의 스트라스부르 대로 16번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7층의 15제곱미터짜리 지붕밑 하녀 방을 얻었다.
체가 얇아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그 집에는 욕조가 딸린 작은 욕실이 하나 있는 대신 화장실은 복도의 공용화장실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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