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접어들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안이슬인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빠르게 살펴 상황을 판단하고 안전한 곳에 정차한 후 나동그라진 자전거와 안이슬을 향해 잽싸게 뛰어갔다. 새하얀 반바지 아래드러난 동그란 무릎에 아스팔트 바닥에 쏠린 자국이 나있고 그 위로 핏방울들이 조금씩 맺혀 있었다.

사이클이란 말이야. 그간의 마일리지가 말해주는 거란다. 아무리 키가 크고, 근육질이고, 다리가 길고, 좋은 바이크에 좋은 저지를 입어봤자, 삼년 넘게 탄 내 실력엔 절대 못 당한단다. 나는 내 허벅지 속 근육에 대한 자부심이있단다. 삼단 고음의 맛을 좀 봐라. 아주 호되게 한번 당해봐라. 나는 바쁘게 페달을 밟아 아이유고개의 첫번째 업힐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말을 끝으로 두번의 짧은 통화가 끝났다.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나오는 걸 눈으로 보고서야 내가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않았는데 벌써 허기가 졌고, 그 사실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어졌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 왜 배도고프고, 요의도 밀려오고, 심지어는 이와중에 잠까지 오려 하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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