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기쁨을 되찾는다는 의미는 ‘저쪽’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존재를 우리 곁으로 불러들여 시간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찬찬히 살피는 것이다. 아이오와주립대학 지질학 교수 신지아 체르바토가 상기시켰듯, 시계로 측정한 시간 개념은 중세가 되어서야생겼다. 이 개념은 수학적 단위를 현실처럼 느껴지도록 우리 삶을완전히 바꿔놓았다. 많은 이들이 신비로움을 곁에 두지 못하게 되었다.

미국삼나무 한 그루는 쓰러진 통나무에 붙어사는 아주 조그만 묘목에서 무려 5톤이 넘는 큰 나무로 1000년이 넘게 자라며 하늘로 뻗는다. 강들은 수천 년에 걸쳐 바다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뚫는다. 산은 솟아오르고 동시에 무너지며 수백만 년 동안 아주 조금씩 자라나고 줄어든다.

우주로 눈을 돌리면, 광대한 시간이 그 입을 벌리고 있다. 사실 우리가 감탄하며 올려다보는 밤하늘 별빛은 그 별이 내는 빛이우리 눈에 닿기까지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몇십 년 혹은 몇 세기 전의 광경일 수도 있다. 자연에 오래 머물다 보면 무언가가 드러내는 근본적인 속도에 다시 익숙해진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물리적 시간Physical Time‘의 리듬에 적응하게 된다.

제임스 허턴은 지구의 모습을 끊임없는 탄생의 순환 고리로그리며, "시작된 흔적도, 끝이 날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는 그의 말이 매우 정확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가 살았던 과거에도, 그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허턴의 생각은매우 충격적이었다.
누군가는 허턴의 이론이 터무니없다며 그를 이단자 혹은 무신론자로 몰았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그의 주장은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같은 시기를 살았던 수학자 존 플레이페어는 시간의 심연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어 ‘아찔할 정도로 기뻤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턴의 엄청난 발견 덕분에 우리는 만물의 창조라는 광활함의가장자리에 서서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비가 내리고 햇살이 다시 비치는 이끝없는 실타래를 다시 한번 열린 마음으로 돌아보게 될 것이다. 새들이 새벽빛에 몸을 담그며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무수한 아침을, 바다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끝없이 부풀고 작아졌던 달의40억 년을 생각할 것이다.

융은 종교 의식 중 사람들이 이따금 신비로움에 깊게 빠지는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신비로운 경험은대개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비로움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무의식을 휘저어 놓는다고, 융은 말했다.
신비로움은 아주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진다.

그러나 세상을 향한 배려와 다정함의 본성을 확실하게 깨울방법, 세상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인식하면서 깊이 연결될 방법,
함께함의 심오한 즐거움을 느낄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라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스인들은 자연의 원리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이해할 만한 단 하나의 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답을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알고자 한다거나, 그 무언가가 단편적인 진실과 관계가 없으면,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궁극적 진실에다가간다는 것은 ‘외부‘에 집중하고, 지성으로 사물을 범주화해 구성 요소를 나누는 것을 의미했다.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숲은 더 거대하고 풍요로운 존재였다.
숲에 대한 이해의 폭이 급격히 넓어져 전설이나 신화에 버금가는강렬한 감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침엽수의 유전 정보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복잡하고 거대하다는 사실을 안다. 마을 광장에서 이따금 지나쳤을 거대한 가문비나무는 무려 수억 년 동안, 당신보다 약 일곱배나 거대한 유전 물질을 묵묵히 만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인트조지프강 근처 오크나무 숲에서는나무들을 해치는 벌레에 대한 정보가 공기 중을 떠다니는 호르몬에 실려 전달되고 있다. 이 호르몬은 나무의 줄기와 잎에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인데, 나무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묘책이기도 하다.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떤 나무들은근처의 말벌을 부르는 페로몬을 방출한다. 그러면 말벌들이 날아와 알을 낳고, 부화한 말벌은 나무를 침범하는 애벌레들을 먹어치워서 나무는 살아남을 수 있다.

반대로 나무 밑에서 자라는 균류는 거미줄같이 가는 관처럼생긴 덩굴손으로, 나무뿌리에 자신을 엮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균은 광합성으로 생성된 당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그 나무들은 균이 만든 거대한 그물 덕분에 자립적으로 얻을 수 없는 질소나 인과 같은 필수적인 양분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세인트조지프 강변에 있던 아주 특별할 정도로 거대하고 나이 든 오크나무는 그 둘레만 거의 4미터에 달해, ‘할머니’ 나무라는이름이 어울릴 역할을 맡고 있다. 몇몇 다른 종을 포함해 수많은나무를 보살피면서 어리고 연약한 생명에게 늘 양분을 나눠준다.
몸통에 있는 상처들로 보아 긴 시간이 남지는 않았을 테지만, 수명을 다할 때가 되면 이 할머니 나무는 그물을 이용해 남은 양분을모두 이웃들에게 보내줄 것이다.

주변의 벌들도 상처에 몰려와 수액에 있는 당분을 얻어 갔다.
그 과정에서 벌들은 버섯에서 나온 항바이러스 물질을 섭취하게되고, 그 벌들이 벌집에 돌아가 결과적으로 진드기 감염과 같은 피해 예방에 도움을 준다. 재앙이라고 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벌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꿀벌 진드기가 옮기는 두 가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개체 수 감소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버섯 추출물이 매우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시나이 호수바이러스 Lake Sinal Virus에 버섯 추출물을 투여하자 바이러스의 비중이무려 4만 5000배나 줄어들기도 했다.

이렇게 숲이 인간에게 주는 이익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이를 두고 일리노이대학 생물학자 프랜시스 밍 쿼 박사는
"주변에 식물이 많지 않은 사람일수록 병과 죽음에 가까워질 위험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수백 년이 지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자연이 우리 손안에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여러모로 위안이 되는 진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세상이 우리를 보살펴준다는 진실이다.

그래서 초여름 어느 날, 나는 가방 하나를 메고 현관을 나와200킬로미터가 넘는 산행을 시작했다. 10일 후 그곳에 도착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옐로스톤강의 상류를 따라 흐르며 사람의 손이닿지 않은 아름다운 계곡 소로페어를 걸었다. 어디에 눈을 둬도 늑대와 그리즐리 베어의 발자국과 툰드라의 웅장한 광경이 축제처럼 펼쳐지는 황홀한 여정이었다. 나는 그 고지대에 약 석달 동안머무르면서 주로 산림청의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짝짓기 시기를 맞은 엘크들의 나팔 같은 울음소리가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가을,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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