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악기여
모든 노래하는 것들은 불우하고
또 좀 불우해서
불우의 지복을 누릴 터
끝내 희망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어디 먼데를 저 먼저 가고 있구나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세상은 어둑어둑 대책없습니다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바람같이 장난같이시시덕거리며 세월도 빠졌습니다산들은 활처럼 둥글게 사라져버리고 이 실개천 꽃다주름이 어둠을 다림질하며 저만치 저만치 가버릴 때 바닥에서 스며드는 먹물, 저녁해는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이쁜 당신.………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여린 푸른 가시들은 햇빛으로 나를 향해 저의 침을 겨누고 있었지요 나는 일종의 포획된 짐승 같은 거였는데 그러니까 저 수성의 내가 느끼는 건 뭐였겠습니까 나는 저 여린 가시들 속에 그러나 혼곤해 있었는데 가시들이 몸을 뚫고 들어와 나는 꿈틀거리며 가시를 바투어내느라 팥죽같이 끓어올랐는데요 그러나 그렇게 약든 마음은 푸른 여린 가시만이 보였을 터지요 일종의 포획된 짐승이었던 나는 실히 기린이나 한마리 되어 이 세계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지금은 잣이나쏟아내는 거였는데……..

럭키슈퍼마켓 저 적벽에 붙은 한 구멍가게에서 술병가쟁이를 닦아 한잔 한다 늙은 여자가 속옷바람으로 나와 저녁 밤, 찬 찌꺼기를 찌뜨리고 간다한 시절 갈아입지 못한 속옷에서 나는 냄새여

애처로움이여
버스에서 내려 나는 홍제암 그이는 부산다방 이같이
어딘가를 찾아가는 의욕도 필경은 쓸쓸하게 되고 말겠지만
마지막 의욕조차도!

갈꽃이 한 시야를 메우고 저 창창한 여름이 몸을 건너올 때 마음의 꿈, 마음의 집, 나는 서울의 한 횡단보도에서 비명횡사하고 싶어질 때마다 김사인의 매를 생각했다. 이 화상아 정을 주었다 하면 어째 그러나 혈친 같은정을 꾸벅이면서 주고는 어깨를 경사지게 하고는 물 건너듯 무심하게 가버리느냐

뽀얀 물안개가 꼼짝도 않고 그러나 움직임의 경계를지우며 우리가 내버리고 온 다른 등성이를 감싸고 있었는데 다만 연보라의 안개 저쪽에는 어떤 우중인지 그리고 우중 아니래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오다 오다 서럽더라 의내여 바람이여 아버지와 나는인간의 육으로 들어가 즙액의 탕을 만들어내는 곤죽의땀과 그러나 말라 비틀어진 마음의 한켠이 기울어져 이대도록 멀고 긴 길을 나섰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요저 아른거리는 물안개 저편저편이래봤자 손으로 젖히면 열릴 거였지만 그러나 손을 내밀기는 천근처럼 무거웠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성큼성큼 물안개를 건너가더니 다시 나오지 않았고 망연히 쳐다보는 나는

201애처로운 저 개를 데리고 한때의 저녁 속으로 당신을남겨두고 그대, 내 늙음 속으로 슬픈 악수를 청하던 그때를 남겨두고 사라지려 합니다, 청년과 함께 이 저녁 슬금슬금 산책이 오래 아프게 할 이 저녁

사카린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박분의 햇살아
연분홍 졸음 같은 낮술 마음 졸이던 소풍아
안타까움보다 더 광포한 세월아
순교의 순정아
나 이제 시시껄렁으로 가려고 하네
시시껄렁이 나를 먹여 살릴 때까지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오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무수한 생이 끝나고 또 시작하는 옛사랑 자취 끊긴 길그 길이 모오든 시작을 주관하고 마침내 마감마저 사해주는 것을

빈 마을인데 텅 빈 마을 들창 놓듯 빈집인데 웬 술 익는 내가 진동하나 했더니 사람은 없고 누렁개가 새끼를낳았구나 아직 어미배가 익숙한 놈들 서로 혀를 내밀고배내피를 핥아내고 있구나 그 핏내가 술 익는 내였구나눈님이 저리도 장할시고 눈님도 저놈들 해털 사이를진저리치며 반짝이는 얼굴을 부벼대고 있더이 이 마을눈이 익을 곳 저 생명 눈부심 손가락 잘리듯 빨갛게 익어가는구나이 치운 날 조선 산천에 햇것들이 몇 개 더 보태져

저문 산길 채이는 밤서리 밟으며
저자 천덕꾸러기 재실이가 내 탯줄을 묻었는데요.
내 탯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여도가 꽃종이 접던 도갓꾼 오줌 기운에

육지의 불빛이 꺼져가는 아궁이 쑥냄새 같은 저녁이었고 모래 구멍엔 낙지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수만의 다리로 머리를 감추고 또한 머리와 다리가 무슨 양성兩性처럼엉기면서 먼 저녁의 구멍을 지탱하고 있었는데요 그 구멍마다 저 또한 어둠이겠지만 엉겨붙어 살아 남는 것들이여 멀리 무덤 같은 인가에도 엉겨붙는 저녁과 밤과 새벽이 있을 거구요 이리 어둑하게 서 있는 나는 저 미역저 파래 저 엉겨붙는 그리움으로 육지를 내치고 싶었습니다 진저리치는 저 파도 저 바위 저 굴딱지처럼 엉겨붙어 엉겨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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