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함께 일어날 일이다
매일 낮 함께 하늘을 우러르고
매일 저녁 함께 어두워질 일이다

폭풍처럼 폭우처럼 폭설처럼
쓰나미처럼 화산처럼 지진처럼 눈사태처럼
정전처럼 감전처럼 단전처럼 누전처럼
신종플루처럼 광우병처럼 조류독감처럼 구제역처럼
전파가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었다
한때 다들 그 섬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섬에 가본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섬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이 다른 것이 들어섰다
사람과사람 사이에 스마트폰이 있었다
아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스마트폰이 있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사이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스마트폰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다시

수덕사로 글 쓰러 간 친구 연락 없다
속리산에서 소 키운다는 후배
강화도에서 자연농법 하신다는 선생님
히말라야 하이웨이에서 엽서를 띄운 옛 애인
다들 본지 오래
눈꺼풀 들어올리는 일도
다 중력을 이기는 일내가 저 검은바위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 것도
인력에 지지 않는 것

그해 여름
폭염주의보가 경보로 바뀐 날
양짓말 늙은 삼촌은
비닐하우스에서 나오자마자
제초제를 병째 들이켰다고 한다벌
컥벌컥 들이마셨다고 한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우리 생의 뿌리는 미래에 있다.
저 칙칙한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
렇다면 미래에서 돌아보자
미래로 가서 지금 여기를 뒤돌아보자
두번째 생일인 오늘을
두번째 생일 아침에 지은
우리의 새 이름을

자기 고집을 피우는 순간
수직을 버리고 한쪽으로 기우뚱하는 순간
땅에 뿌리박은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풍향계는 바람의 역사를 놓친다

더 큰 소리로 말해그해 가을 처음 들어간 연극부빙 둘러선 낯선 부원들우두둑우두둑 스트레칭에 이어아에이오우 발성 연습 시간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 턱관절까지 푼 다음더 큰 소리로 말해를 가장 낮은 데서 시작해목소리의 끝까지 밀어올려야 했다

마음약한 좋은 자들이
스스로 강해지는 약자다
그런 약자들이 세상을 바꾸는 강자다

색안경을 끼자
자기 얼굴에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쓰자
색안경을 써야 더 잘 보인다
문제는 색안경을 내가 골라야 한다는 것
내가 고른 것을 당당하게 쓰고 다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색안경을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일과 일 사이가 일보다 크지 않아서
보가정이 가족보다 크지 않아서
결국 생활이 생존보다 크지 않아서

그리고 밥인데요, 남녀 벗이 사십구재 때 함께 나눈 이야기라며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요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밥이라는 게 원래 공양이라는 뜻이다. 자기희생이라는 뜻. ‘너는 내 밥이야‘란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데사실은 ‘너‘ 때문에 내가 산다는 얘기 아닌가. 지금 우리가누군가의 밥이 되지 않고 저 혼자만 먹으려 하니까 세상이지옥으로 변한 거다. 그러니 우리가 서둘러 돌아가야 할 곳은 저 밥의 마음, 공양의 정신이다. 긴말 필요 없다. 내가 먼저 누군가의 밥이 돼야 한다. ‘네가 내 밥이다‘에서 ‘내가 네밥이다‘로 전환해야 한다. 우주 질서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원리가 자기희생인데 그게 결국 밥이다. 알고보니 선생님께서 남기신 말씀이더군요.

음식 만들기도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자기 혼자 먹는음식에 정성을 다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사람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식재료에서 상차림까지 온갖 신경을 다 씁니다. 낯선 사람도 식탁에서 마주하면 달라집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식탁이 환대의 식탁이라고 생각합니다. 환대에서 우애로!

혼자가 연락했다혼자가 먼저 신호를 보내왔다우리가 모닝커피를 마시며 미팅할 때밥상머리 교육 확대 방안에 관해 논할 때세대 간 대화 촉진 지원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인류세의 미래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참가할 때혼자가 혼자 있었던 것이다우리가 산책로 공원 광장을 늘려야 한다고모든 공동주택의 설계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고거대 도시를 마을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외칠 때전세계 기득권 세력의 완고한 프레임을 바꾸고시민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감성적 담론을 마련할 때그레타 툰베리 같은 청년들에게 부끄러워할 때노년세대의 행동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모색할 때지구 평균 기온 상승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지구촌 모든 대통령궁 앞에서 치켜들 피켓을 고민할 때양자역학과 저항운동을 연결시킬 수 없을까 궁리할 때혼자는 혼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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