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선 피의 냄새가 난다고 했었던가
그 자유에는 피의 혁명도
새벽하늘도
없다
해가 다시 떠오르는 먼동에는
참회의 눈이 있다고
새벽하늘을 수정(修正)하며 새들이 날아오른다

모든 나무들이 서로 마주 서서흐르는 강물로 마음을 주고받듯이천년 동안 흘러온 강물이 서로 마주 보며웃는 얼굴로 저녁을 맞듯이모든 나무들의 일생에도바람의 얼굴이 있음을 본다살아간다는 것 또한저 마음의 나이테와 같이살아왔다는 것 또한서로에게 물결이 되어주었다는 것그 나무의 마음의 책에서로의 강물을 적어 넣어두었다는 것

저렇게 핏줄은 말라갔을 것이다흘릴 눈물도 없는 눈물을만리 밖 바람의 간절한 소리를제 귀에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그 긴 강물의 탯줄을속에서 밀어올렸을 것이다툭툭, 땅속 폐경이 된 자궁을 들어올려아득히 능선 위로 자지러지는태양을 몸 안으로 조이고 조여서씨를 받아내었을 것이다노을에 퍼져재가 될지라도천년 광원(光源)을지는 태양 속으로 고이 간직해 내보이면서한잎 두잎, 입을 벌리며 태어나듯이죽은 몸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받아 맞이하는 검은 몸이
비로소 환해오는 새벽,
그 태양의 눈빛을 바라본다

막다른 골목에서배가 고프거나,
오래 길 끝에 박혀 나가지 못했을 때,
사랑도 식어서 해가 질 때,
그 꼬리를 잘라버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산문(山門)의 산그늘 외진 꼬리도,
오지 않는 새벽을 기다리는 가로등의 꼬리도,
아, 그림자가 길어지는골목 안에서 꼬리를 자르고쫓아오던 반민주(反民主)의몸통도 잘라버리고 싶었다

귓불을 깨물어주고 싶던 때가 있었다하늘에 대고 욕을 퍼부었던지나가는 바람에게도 시비를 걸었던,
발아래 연꽃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챘을 때그 연잎의 귓불을 깨물어주었다활짝,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덕진공원늦은 여름의 저녁 무렵이었다한없이, 한없이 깨물어주어서새벽 연밥이 익는 줄도 몰랐다

곧 저녁이 다가올 것이다등불을 밝히고높고 비천한어둠과별에게,
목숨을 바쳐몸속에 집을 짓는하늘에서곧 종이 울릴 것이다새들이 죽어서 날아갈 것이다

죽은 숲들도 깨어나 저녁 식탁의 등불을 내건다
먼 데서 천둥소리가 다시 지나갔다

석양이 밀려오면황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마법에 걸린 몸이 되어하늘처럼 사랑했던 사람도껴안고 돌 수 없습니다소리의 무지개가 되어현(弦)을 켜며허공에 감겨 있습니다

검게 타들어가는 살아 있는
화석이 되어
저 깊고 두꺼운 겨울 눈발 속으로
몸을 던진다

산짐승이 밤새 먹다 버린 새벽달을 보았다
아직 식지 않은 눈빛을 보았다
선혈이 낭자한
부릅뜬 눈을 뜨고 있는 눈동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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