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족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문화,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 이는 지극히 깊은 의미를 가지는 말일 것이다. 한 국토가 필연적으로 자아내는 향기와 색채와 형태와 정신이 어떤 명확하고 구체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면, 그것은 반드시 다른 국토의다종다양한 정신으로 자연히 연결된다는 사실을 우리는분명 깨달을 것이다. 음악이든 회화든 문학이든 마찬가지다. 전후 세대인 사카가미 씨가 그리는 병풍화를 보고 어떤 이는 어쩌면 비난조로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어째서 요즘 시대에 이런 고풍스러운 그림을………"

<흙탕물 강>은 다자이 오사무상을 받았고, 그 수상 후첫 번째 작품으로 <반딧불 강》을 손질해 발표했는데 그것이 생각지 못하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 첫 번째 작품을 써야 하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내 짧은 역사 속에서 ‘강‘이 언제나 커다란 배경으로 흐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문학을 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다. 이노우에 야스시 씨의 <아스나로 이야기>를 읽고 아아, 소설은 이렇게멋진 것이구나 생각했고, 그 뒤 닥치는 대로 책을 탐독했다. 푸시킨, 투르게네프, 플로베르, 스탕달, 톨스토이, 도 스토옙스키, 고골, 발자크…………. 나는 수험 공부도 내동댕이치고 언어와 마음으로 짜낸 이야기에 푹 빠진 시기를 보냈는데, 사회인이 되어 나날의 업무에 쫓기기 시작하자 어느덧 문고본 한 권조차 집어 들지 않게 되었다. 문학에 정신없이 매료되었던 시절을 한때 나 자신이 가졌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던 것이다.

나는 어째서 소설가가 될 수 있었나. 그런 질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가 짊어진 신경중이라는 병을 나의 내적 필연으로 바라보았을 때, 나는 비로소 결심이 섰던 것이다. 거기서부터 내 안에 있는 생명이 샘솟았다. 이케가미 기이치라는 사람과의 만남도 외적 우연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내적 필연으로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 역시 생명의 힘이다.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지만 각본상을 다른 작품에게 빼앗긴일을 두고 나는 오구리 씨에게 전화로 농담 비슷하게 "원작이 훌륭한 덕분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벌이야"라고 말했다. 얼마나 도량이 좁았던가.
그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농담이 아니라 내 본심에서 나온 말로 받아들였을 터다. 이 지면을 빌려, 오구리 씨에게나의 속 좁음을 깊이 사과드리고 싶다.

듯한여기까지 쓰고서 나는 지금 번개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더비에서 마권의 축으로 삼았던 말은 모두 1착으로들어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뭘 망설이겠는가. 단순 마권을 사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더비에 한해서라면 나는 단승 귀신인지도 모른다. 올해 더비는 xxxxxx의 단승 마권을 살 테다.

석 달에 한 번씩 열 편을 연재하면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리는 셈이다. 3년 동안 나의 마음속에 가공의 서러브레드한 필이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그 한 필의 말에 자신의 꿈을 맡긴, 경주마 생산자와 마주와 조교사와 기수가 지닌인간으로서의 기쁨과 슬픔을 배경으로 나의 ‘바람의 왕‘을창조해낼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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