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 영역에서 우연의 역할은 아주 유사하다. 다윈이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모범으로 삼았을 때 그는 이미 이런 사실을 인식했던 것 같다. 애덤 스미스처럼 다윈은 실험과 많은 경쟁(경제에서는 기업 간의 경쟁, 자연에서는 생물 간의 경쟁)의 와중에서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저절로 질서가 생겨날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현재 자연과학의 핵심어가 된 ‘유전자‘와 ‘진화‘라는 말도 원래는 문화학에서 온 개념들이다. 1836년 빌헬름 훔볼트가 유럽어들이 인도-게르만 어원 속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그런 개념들을 사용했던 것이다. 당시 다윈은 아직 무명이었다.

파스퇴르는 이런 사실을 더 빨리 깨달을 수 없었을까? 그보다100년도 더 전에 의학도였던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발견했고 유럽의 모든 학자가 이를 알고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때까아무도 제너의 방법으로 다른 병도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체가 어떤 미생물과 처음 접촉했을 때 이를 병원체로 인식하면 무장을 갖추어 다음 공격에 더 잘 방어할 수 있다는 예방 접종의 원칙을 몰랐던 것이다.

"우연은 준비가 잘된 사람에게 행운을 선사한다."

"내 생각의 저장물들이 서로 오갈 수 있도록 루트들을 만든다 해도 수백 개의 경로는 이용되지 않은 채 남게 될 것이다."

새로운 발견은 불만의 해결책과 오류를 참아내며 많은 실험을하고 적은 선택을 하는, 다소 불편해 보이는 진화의 법칙을 통해서탄생할 뿐이다. 우연과 직관이 이성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가 있어야 우리의 착상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2차적 단계다. 처음에는 언제나 우연에대해 열려 있는 개방적인 사고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프랑수아 자코브는 혁명적인 발견을 추구하는 것을 ‘밤의 과학 night science‘이라 ‘명명했다.

때로 운명은 탄생 후 곧바로 결정된다. 새 영화가 개봉하면 사람들은 극장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다. 그렇게만 되면 광고가 승리한 것이다. 이제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관객들은 사람들을 만나 입소문을 낸다. 그리고 거리에는영화에 삽입된 노래가 흐른다. 반면 초반에 관객을 끌지 못한 영화는 신속하게 극장에서 사라져버린다. 입소문을 낼 만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간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영화는 까맣게 잊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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