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학자 그레고리 차이틴은 겉보기에 제멋대로인 것 같은데이터들 사이에 내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시금석 따위는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이틴에 따르면 임의의 숫자들이든, 하마터면 치명적이었을 뻔한 사고든 간에 어떤 사건의 고리들이 정말우연히 맞물렸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우연은 증명할 수 없으니까. 그러므로 어떤 사건을 그냥 우연으로 돌리지 않고 더 깊은 원인을 찾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규칙은 그것이 어떤 일을 더 간단한 분모로 통합할 수 있을 때, 전체의 이야기를 더 적은 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성립된다. 그렇지 않고 규칙이 너무 복잡하면 일은 미궁 속에 빠진다. 그럴 때는 규칙을 가늠할 수 없고 그 일을 우연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리하여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너무 복잡한 규칙은 규칙이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페르마와 밀라노 출신의 의사 지롤라모카르다노 같은 선구자들은 실러의 표현처럼 "우연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상 속의 친숙한 법칙"을 파악하기 위해 도박에 빠졌다. 카르다노는 "나는 주사위 놀이를 하면서 적지 않은 위안을 얻었다"라고 고백했다.
우연의 효과는 돌로 언덕을 쌓는 경우와 비슷하다. 돌덩이 몇 개만 쌓아서는 그럴듯한 형태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돌을 많이 모아놓으면 가까이에서 보면 여전히 표면이 삐죽삐죽하고 구멍이 뻥뻥뚫려 있다 해도 멀리서 보면 그런 울퉁불퉁한 것들이 보이지 않고제법 매끈한 언덕이 생겨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즉 수많은 동종의 사건들을 관찰하면조화로운 전체로 어우러진다.
그럼에도 이런 연속적인 비극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하지만만약 이런 이상한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기때문이다. 미국의 수학자 존 앨런은 말했다. "가장 놀라운 우연은 우연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파머의 승리는 300년 전 인간 인식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물리학의 승리였다. 정원에서 사과가 머리에 떨어졌을 때 농부의 아들아이작 뉴턴은 하늘과 땅에 똑같은 자연 법칙이 통용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다면 천체를 운행하는 힘과 사과를 떨어뜨리는 힘은(룰렛 회전판 위에서 구슬을 회전시키는 힘도 같을 거라고,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역학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며 이것들은 해와달이 뜨고 지는 것처럼 우연한 일이 아닐 거라고 말이다.
"모든 데이터를 분석할 만큼 포괄적이고 완벽한 지성은 그렇게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완벽한 지성의 눈에는 불확실한 것은 아무것도없으며 미래는 과거처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질 것이다. 인간의 이성은 이런 완벽한 지성의 희미한 그림자다."
그러므로 어떤 시스템이 법칙을 따르고 우리가 그 법칙을 정확히 안다고 해도 그 시스템의 행동을 아무 때나 정확히 예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선은 그리 예리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기때문이다. 지식이 언제나 인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아니다. 뉴턴이후의 낙천적인 지식인들에게 이런 통찰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모든 일이 무작위로 일어나는 카오스적인 시스템에서도 이런 현상이 잦다. 룰렛 구슬이 튀거나 당구공이 부딪힐 때 초기의 불확실성은 지수적인 원칙에 의거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리하여 현자의 체스판에서 쌀알이 점점 빨리 불어나듯이 부정확성도 매초 배가적으로 증가한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물리학에서보다 더 많은 영향이 작용한다. 더 먼 미래일수록 더 많은 우연에 대비해야 한다. 하늘을 쳐다보면다음 몇 시간 동안의 날씨가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사에 대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대해서는 그가 죽은 지 수백 년이지난 후에도 아무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
시간에 ‘공간의 네 번째 차원‘이라는 지위를 부여했던 아인슈타인은 바로 그런 생각이었던 듯하다. 죽기 한 달 전인 1955년 3월, 아인슈타인은 친구의 상을 당했고 그 친구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애도의 편지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오랜 환상일 뿐"이라고 썼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그런 "생각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느낌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가 맨 아래 놓인 편지를 꺼내면 그것은 아마도 Z로 시작하는 차카리아스의 편지가 아니라 다른 편지일 것이다. 이제 편지의 배열은 우리 눈에 완전히 우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거기에서 드러나는 것은 우리 지식의 제한성일 뿐, 더 높은 지능은 아마도 순서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단열통의 편지라면인간의 뇌로도 파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런인식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그 속에서 우연을 보는 것이다.
볼츠만은 당시 모든 전문가가 알고 있던 룰렛 게임에서의 우연의 법칙이 모든 곳에서 적용된다는 것을 파악했다. 룰렛 게임에서우리는 구슬이 언제 빨간색, 검은색에 떨어질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게임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빨간색과 검은색에 떨어지는 비율이상당히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룰렛 게임에 대해 일반적인 진술을 할 수 있다. 카지노에서 하루 저녁 내내 빨간 숫자만 나오는 경우는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극히 드물다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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