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신이 자기 이름으로 서명하기 싫을 때 사용하는 신의 가명이다."

그림 형제는 자신들이 편찬한 사전에서 "우연은 뜻밖에 다가오는 일들이다"라고 간결하게 정의하고는 "이성이나 의도를 벗어나는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우연이라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 우리는 우연이라는 말을 정확히 이런 이중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아무런 규칙을 인식할 수 없거나, 아무도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우리에게 우연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어느 날 악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어요. ‘어제 친구랑 카우핑거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어요. 우리는 마침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 대해이야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정말로 자전거를 탄 사람이우리에게 다가오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죠?‘ 그러자 악장이 물었어요.
‘그래서요? 그가 말이라도 걸던가요?‘ ‘아뇨. 그는 그냥 우리를 지나쳐서 가버렸어요.‘ 그러자 악장은 시큰둥하게 말했어요. ‘카우핑거 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과 마주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야. 그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하도 많아 몇 발짝 못 가 자전거탄 사람과 계속 마주칠 지경이니까.‘ 하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막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 지나가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매우 이성적인 사람조차 이런 질문 앞에서는 양다리를 걸친다.
노벨상을 받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도 그랬다. 닐스 보어는 엄격한 법칙을 추구하던 자연과학에 우연의 중요성을 도입한 현대 원자물리학의 아버지였지만 자신의 별장 현관 위에 행운의 상징인 말편자를 걸어놓고 살았다. 그리고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정말로 말편자가 액운을 막고 행운을 가져 온다고 믿느냐고 물으면 그는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오."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는 사람은 원인과 결과의 끝없는 행렬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사건을 둘러싼 상황을 얼마나자세히 알든 상관없이 그 남자가 왜 하필이면 그 지점에서 사고를당해야 했으며, 다행히 그 불행이 가벼운 부상으로 그쳤는지에 대한필연성을 찾아낼 수 없다. 만약에 그가 도중에 직원을 만나 수다를것이라는 사실과 이날 공사장 인부가 정신을 딴 데 팔고 일을 할것이며 강한 바람이 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불행을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