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모든 순간을 푸른색으로 칠하라는 뜻은 아니다. 기쁨의 푸른색 안에도 고통이 주는 어둠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 겪은 슬픔을 떠올리면서도 행복의 맛을 새롭게음미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푸른색은 바다의 짙은 푸른색이 아닐까? 바다의 짙은 푸른색은 검은색이 칠해진 과거처럼 장엄하고 비밀스러운 상처와 같지 않은가? 인생을 푸른빛으로 본다고 해서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니다. 칙칙한 일상을 빛낼 무엇인가를 끌어내어 삶의 기쁨을 찾는것이다.
신이 얼마나 재능있는지 잊게 될 때, 나는 바다를 본다.
휘청이는 배에서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건 커다란닻뿐이다. ‘성스러운 닻‘ 혹은 ‘자비의 닻‘이라고 불리기도한다. 배에서 가장 무거운 것도 바로 닻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휩쓸려가지 않고,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대로 가기 위해서 의지할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닻은 힘을 불어넣어준다. 도무지 벗어나기 힘든 어려운이다지도 모든 것을 싫어도 물러서지 않게 해주는 힘이다. 그리고 낮은 지방을 상징한다. 낮은 믿음. 그것이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믿음이다.
파도와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도와주는 자신만의 닻을 찾으면 된다. 그 닻을 알아보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주고 의지를 갖고 결정할 수 있게 돕는 구원의 존재가 그 닻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닻으로 반복되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끝내야 한다. 그 순간에는 참고 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태도와 결별해야 한다. 닻은 우리가 자신에게 멈추라는 말. 당하고 있지 말라는 경고, 두려움과 계속 생각나는 옛 상처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다. 나만의 닻이 있으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편안한 마음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내게 자주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나 쓸데없는 근심에서벗어나려면 굳은 결심이 있어야 한다. 힘을 빼고 스스로 재능을 낭비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꼭 붙어 있는 신성한 닻은 역설적으로 가장 큰 자유를안겨준다. 물결이 아무리 강해도 닻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얻을 수 있는 자유다.
바다의 물결은 가슴을 채우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편안한 호흡과 같다.
그건 바다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다는 지조가 있다. 바다는 자유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존재다. 우리는 어디에 갇히거나 무엇에 방해받지 않을 때 ‘자유롭다고 한다. 이처럼바다는 우리에게 삶에서 억지로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준다. 늘 준비해서 대답을 할 필요가 없고, 아무계산 없이 도와야 할 의무도 없고, 남의 말을 조용히 경청할 의무도 없다. 바다와 선원들은 따뜻하고 건강한 ‘이기주의‘가 있어야 독립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부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한다고 늘 생각한다. 그러나 부당함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억만 선명하게 되살릴 뿐이다. 분노만 해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무력감 때문에 복수하려는 사람은 더 분노하며 피의 복수는 강도가 더욱 세진다.
선장은 모비 딕의 등 위에 갈고리를 던졌으나 갈고리는빗나간다. 하얗고 매끄러운 등에서는 모든 것이 미끄러져버린다. 이처럼 분노의 고래잡이배에 올라타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이 에이해브 선장처럼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할수 있을까?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삶이란 바다처럼 다양한 색을 띤다. 어느 날은 눈부신 푸른색이었다가 또 다른 날은 짙은 회색이다. 바다의 빛이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처럼 산다는 것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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