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여행처럼 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배를조종하는 사람과 선원, 여행 날짜, 적당한 때를 선택한다. 그런데 폭풍우가 찾아온다. 왜 아직도 신경을 써야 할까? 내 생각에는 모든 것이 끝났는데 말이다. 이제는 또 다른 문제인 조종사의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배가 침몰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대담집》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그 어떤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육지에 다다를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마라.
바다에는 풍랑과 폭풍, 암초와 난파, 거친 파도가 있다. 바다는 거품이 이는 높은 파도로 분노를 표현한다. 바다에게 우리는 그저 작은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우리를 조종하며 즐기는 것 또한 바다다.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인간은 변덕스러운 파도와 해양풍 앞에서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그렇지만 바다는 우리를 지켜주는 마지막 방패막이자 외투이기도 하다. 지구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바다가 굴복당하면 지구는 맨몸으로 거친 세상에휩쓸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하니 자연과 바다에서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인생은 멀리 떠나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바다는 절대 믿으면 안 된다. 바다는 여러 얼굴을 보이며 모든 해안선을 속여 유혹하고 신비감을 주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언어를 모두 구사하여 우리를 흘린다. 산다는 것도 어쩌면 이와 같지 않을까? 제법 오래 살아도우리는 인생에 라벨을 붙이기가 어렵다. 누구에게나 다른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꿈같고, 또 다른누군가에게는 지옥 같은 게 우리네 삶이다. 인생처럼 바다도 그 참모습을 알 수 없다. 바다는 기름 같은 존재인지, 거품 같은 존재인지 알 수가 없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인생에도 올라갈 때가 있고내려갈 때가 있다. 그 움직임을 거스르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 노련한 바닷사람처럼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바람을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바다는 가슴을 채우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편안한호흡과 같다. 그 호흡을 가만히 따라 가면 갑자기 몸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붕 뜬 것 같았다가 곧 수직으로 봉긋하게솟는 느낌이 든다. 마치 교회의 높은 천장, 소프라노의 아리아, 서프라이즈 감동으로 느끼는 기분처럼 말이다. 동시에 우리의 근심과 욕심도 점점 아래로 내려와 땅에 닿는 걸느낄 수 있다. 그때 바다는 우리에게 더 높게, 더 넓게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책 없이 허황된 크고 강한것만 추구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섬세한 감정을 기르라는 뜻이다. 우리의 마음 어딘가는 원대한 것을 목표로삼는다. 바다가 지닌 풍요로움에 감동하며 바다와 함께 숨쉬는 법을 배우면서 이룰 수 있는 목표다.
아름다움을 쫓아다니지만 말고 아름다움을 통해 예상치못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감각을 갈고닦아야 한다. 세상을끝없는 말초적인 자극과 흥분으로 채우지 말자.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끝없는 분주함으로 채우지 말자. 혼자 있는 시간 자체를 소중히 하고, 고독이 찾아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완벽한 로빈슨의 모습은 디포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무엇인가를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다. 침묵의 위대함, 여유로움의 위엄을 실험해보는 야심 있는 로빈슨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과 함께한다면 그곳은 진짜무인도일지라도 무인도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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