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두려움에 있어서라면 새커리는 타고난재능 덕에 가장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트롤럽은아마 제인 오스틴의 아류였을 테고, 새커리 이후로 영국소설가들 중 가장 풍성한 재능을 타고난 조지 엘리엇은비난하거나 촉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멈칫거리는대신 위트와 아이러니와 섬세함이라는 보물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편의상 분류하자면 대부분의 소설은 관습소설, 인물(혹은 심리)소설, 그리고 모험소설이라는 세 유형중 하나에 속한다. 이렇게 지정하면 서로 다른 방법론을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각각의전형적인 예시로 첫 번째 유형에는 허영의 시장」, 두 번째 유형에는 「마담 보바리」, 세 번째 유형에는[롭 로이」혹은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속한다고 할 수있다. 이러한 분류는 익살스러운 관습소설, 로맨스, 그리고 철학적 로맨스라고 불리는 하위분류를 포함할수 있도록 더 확장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첫 번째유형에는 픽윅 클럽 여행기』가, 두 번째 유형에는「해리 리치먼드의 모험』과 파르마 수도원』혹은 로나둔』이, 세 번째 유형에는 빌헬름 마이스터 수업시대혹은 에피쿠로스 학파 마리우스가 독자들 앞에놓일 수 있다.
분류를 위한 모든 시도는 학교 시험 또는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내용처럼 여겨질 수 있으며, 워즈워스의 "오쿠쿠, 너를 새라고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방황하는 목소리?"라는 구절과 관련해 학생더러 "더나은 구절을 쓰고 그 이유를 밝히라"고 지시하는 악명높은 시험 문제의 수준으로 사안을 축소시킬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분류는 늘 자의적이고 폄하적이다.
소설가는 많은 주제가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서로다른 유형의 요소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어떤방법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가장 먼저 관심을 둔다. 예컨대 발자크는 고리오 영감과 외제니 그랑데에서거의 동일한 요소들을 포함하는 서로 다른 두 방법을썼다. 하나는 끔찍한 아버지를 광대한 사회적 파노라마한가운데에 서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느생기 없는 시골 마을이라는 좁은 배경 위에 서너 명의주변인물들과 더불어 그 구두쇠(이야기의 제목이 된바로 그 이름)를 몰리에르처럼 양각으로 새겨 드러내는 것이었다.
‘상황‘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지는 않은 모든주제에 관해서라면 소설이 훨씬 더 우월하며, 이는 그저자유, 즉 하나의 표현 형식에서 다른 형식으로 수월하게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러티브가 허용하는방식으로 설명하고 해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방울처럼 능숙소설에서 대화의 사용은 꽤나 명확한 규칙을 정할수 있는 몇 안 되는 문제다. 대화는 절정의 순간을 위해남겨 두어야 하며, 서사의 거대한 물결이 해안가에있는 관찰자를 향해 휘어지며 부서질 때의 물보라로여겨야 한다. 일어났다 흩어지는 파도 반짝이는물보라, 심지어는 짧고 들쑥날쑥한 문단으로 나뉘는페이지의 단순한 시각적 광경 자체까지도 서사의 간격안에서 절정의 순간들과 매끄럽게 사라지는 움직임 사이의 대비를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편소설 쓰기에 관해, 계획과 전개의 모든 세부사항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에 내가 지나치게 연연하는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단편소설은 즉흥이다. 땅속에 단단히 박힌 견고한 기념물과도 같은 소설과달리, 단편소설은 휙 떠오른 공상의 일시적인 은신처인 것이다.
것이다. 이는 단지 규모가 다른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단편소설이 둘 이상의 삶을 연결하는 극적인 절정의축소판이라면, 전형적인 소설은 일반적으로 시간의간극을 두고 나뉜 일련의 사건이 점진적으로 전개되는과정을 다루며, 이때 중심인물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어느 정도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에선 옷을 말고갑판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소설가는 자신의 주제가필요로 하고 항해술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범포와 승객을 실어야 한다.
한 세대 전 영국에서 소개된 무대 사실주의는 극과무관한 기물을 잔뜩 놓음으로써 그러한 배경 지표들을감춰 버렸다. 그러나 그 사물들은 극작가만큼이나소설가에게도 중요하기에, 구성의 미로 속 안내자들로서지금도 건재하다. 연극과 소설에서 모두 반쯤 그린인물을 여럿 세우는 것보다 단 몇 명의 인물을꿰뚫듯 탐구하는 편이 훨씬 더 심오한 효과를 낼수있다. 소설가든 극작가든 예상되는 이야기의 끝까지우선 따라가 보고, 그 인물이 없을 때 이야기가 더빈약하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은 채로 인물을 만들어내는 모험을 해선 안 된다. 미리 임무를 부여받지않은 인물들은 다른 유형의 어중이떠중이들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으로 이어진다. 소설가에게 있어 풍경이나 거리, 혹은 집이 주는 인상은영혼의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이어야 하며, ‘묘사하는문단’을 쓰는 것과 그 스타일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즉,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지성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만을 묘사해야 하며, 그지성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술되어야 한다.
단편소설에 관한 장에서도 서술했듯, 어느 누구도똑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으며, 이야기꾼은 주제를선택한 다음 문제의 일화가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발생할지를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한다. 똑같은 경험도누가 겪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소설에적용하면 어려운 문제처럼 보일 수 있는데, 형상화되는인물의 입장에서 더 긴 시간 범위가 필요하고 행동의반경에 더 많은 인물이 필요한 데다 독자가 일어날법하다고 느낄 만큼 전지적이며 편재한 서술이 필요하기때문이다. 이 문제는 전체적인 개인사를 유지하면서도인상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편, 즉 한 인물에게서 다른 인물에게로 시선을 이동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반사체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아니다. 더욱더 힘든 건 각각의 시선이 어느 장면에서드러날지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가능한 유일한 규칙은첫 번째 반사체가 어떠한 개연성하에서도 인지할 수없거나 인식하더라도 반응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야기를 진척시키기 위해 곁에 있는 또 하나의 반사체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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