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억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한동안 나는 남자 어른들은 말하는 걸 싫어하는 부류인 게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렸을 정도였다.
엄마는 말로 내뱉을 수 없는 생각이라면 머리와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양심이라는 거야!" 외숙모는 수다쟁이였지만 외삼촌의 과묵함 때문에 상처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찾아냈는데, 외숙모가 엄마처럼 질문을 던지는 타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외숙모는 진정한 수다쟁이였다. 그건 외숙모가 마치 독백을 하듯 혼자서도 어떤 이야기든술술 해낸다는 의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외숙모가 자기 내장에 있는 것까지 다 끄집어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나는 두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고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입에서 자꾸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패배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나를 둥글게 둘러싼 아이들에게서 승리감의 기색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애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패배감을 느꼈을 거라고 영예은의무리를 제외한 다른 애들은 내가 일종의 시험에 들었다고 판단했고 내가 그 시험에 통과하기를 간절하게 바랐다고 말이다. 영예은역시 승리감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피를 흘린 건―그 누구도 원하지 않은-너무 과도한 반응이었다.
들그녀와 아버지는 손님이 오기 전 어떤 역할을 맡을지 미리 약속이라도 한 사람들 같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말을 하고 매력을 발산하며 눈길을 끌고, 아버지는 내내 점잖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심을 골고루 나누어준다. 아버지는 과묵하게 굴었지만 적절한 때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질 줄 알았다. 아버지는 이런말을 했다. 아내는 내 진정한 대변인이야. 우리는 이심전심이야,
나는 말을 할 필요조차 없어, 기타 등등. 그녀를 숭배하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 주위로, 그전까지 마구 흩어져 있던 자신감과 권위의 조각들이 한꺼번에 일렬로 줄을 서는 것 같았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아버지와 맞닿지 않은 어깨 쪽으로모조리 넘겨버리고는 마치 머리카락이 아버지와의 사이를 갈라놓는 장벽이라도 된다는 듯ㅡ아버지의 팔에 자신의 팔을 완전히밀착시켰다. 나는 항상 그걸 못 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