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컬러 축제 때 입었던, 물감으로 얼룩덜룩해진 티셔츠를 꺼내 볼 때면 잔티가 문득 어디선가 미소 지으며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잘록한 허리에 기다란 손가락들을 펴고서 그러고는 환영처럼 속삭이며 내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의 삶에는 봄이 왔나요?"

"신은 빛이라네. 그 빛은 내 안에도 있고, 그대 안에도 있어. 이허공중에도 있고, 그 빛은 언제까지나 우리 안에서 빛날 거야.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말이야."

지금 나는 깨닫는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이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을. 한때 나는 어리석었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이하나의 과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로 나를 데려오기 위한필연적인 단계였다.
그 길 외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

"그대는 왜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언제까지 그렇게 부처가 아닌 것처럼 가장하며 살 것인가?"
졸고 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 스승을 바라보았다. 스승은 불같은 목소리로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
"그대는 본래 부처이다. 과거에도 부처였으며, 지금도 부처이고,
앞으로도 부처이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대 자신이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그대여, 더 이상 부처 아닌 체하며 살지 말라!"

고백할 필요도 없이, 그 후로도 나는 매번 졸음에 빠져 나 자신이 부처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했다. 어떤 때는 너무 철저히부처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 나머지, 정말로 나 자신이 부처가 아니라는 굳은 확신이 들기까지 했다.
지금 그 스승은 육체를 벗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날 아침의 불꽃같던 음성은 아직도 내 안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그대는 언제까지 그렇게 부처가 아닌 체하며 살아갈 것인가!"

‘당신들은 언제나 다음을 이야기하죠. 하지만 다음이란 없어요. 내 말을 잘 들어요. 우리도 항상 다음으로 미루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라를 빼앗기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집을 잃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우리가 뒤로 미루기만 하던 일들을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한곳에 오래 머물라. 그래서 그들과 하나가 되고, 똑같은 태양으로 이마를 그을리라.
그것만이 자아의 벽을 허물고 세상과 화해하는 길이다……….
‘옴마니밧메훔‘과 함께 내 목걸이에 새겨 둘 중요한 여행 수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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