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오후, 아니 하루 전체를 헛되이 낭비해본 사람이라면 빈둥거리기가 역사적으로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될지도 모르겠다. 13세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13세기에 생겨난 말 forsloth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단어다. 하루를 빈둥빈둥 보내는 건 시간을 몰수당하는lorfeit 일이며 그런 사람은 엄청난 게으름뱅이 sluggard기에, 이 두 단어가 합쳐져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전을 살펴보면 게으름 피우는 것과 관련된 표현이 아주 많다. 15세기에는 tiffle, piddle, pick asalad, 17세기에는 fanfreluch, 지난 세기에는 moodle, fanny, fart-arse같은 다양한 표현이 게으름을 가르키는 말로 쓰였다.
프랑스 사전에 실렸음에도 영국인들은 이 단어가 영국 것이라고생각한 것 같다. 영국에서 이 단어는 주인을 너무 바짝 따라다니다가업무 지시 외의 다른 것까지 받게 되는문자 그대로는 방귀를 잡는다는 뜻 시종을 뜻하는 속어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말은 정치적 대세를 따르는 사람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바람결에 따라 펄럭이는 바람자루의 17세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 4월, 풍자 잡지 《내셔널 램푼National Lampoon》이 등장했다. 이 잡지의 패러디와 초현실적 스타일은 몇십 년 동안 미국 코미디에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lampoon이란 누군가를 조롱한다는 뜻이지만원래는 술과 관련된 말이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Lampons!"이라고하면 "술 마시자!"라는 뜻으로 술자리에서 부르는 외설스럽고 조롱 가득한 노래를 의미한다.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말로 pasquinade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내셔널 램푼》의 조상 격이라 할 수 있는 단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pasquinade는 인물이나 사건을 익명으로 풍자하고 조롱하는 걸 의미하며 16세기 초 로마에서 발굴된 조각상에 기원을 두고 있다. 사람들이 조각상 하단에 격렬한 풍자와 조롱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조용한 기술자의 이름을 딴 것 같다. 다른 기념물들에도 비슷한 일이이후 조각상은 Pasquino라 불렸는데, 아마 바티칸 사람들을 즐겨생기자 로마에서는 Pasquino처럼 교회와 국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글이 게재된 조각상을 말하는 조각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작되었을「캔터베리 이야기』는 순례자들이 런던에서 캔터베리까지 말을타고 순례 여행을 가며 이야기 경연을 하는 구성이다. 목적지는 캔터베리 대성당의 성 토머스 베켓 성지였고, 우승 상품은 귀환길에 서더크 대성당에 있는 타바드 인의 공짜 식사였다. 휴가 기분에 들뜬 순례자들은 가십과 이야기를 나누며 긴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먼 길을 가야 하는 말이 지치지 않도록 느린속도로 움직인다. 당시에는 그런 걸음을 Canterbury trot이라 표현했는데, 이 말이 17세기가 되며 Canterbury로 줄었다가 마침내 canter가되었다.
람이 죽었다. 유대인 탄압의 역사는 ghetto라는 단어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1516년 베네치아는 유대인들을 사회에서 분리시키기 위해 고립된 주거 구역을 만들었고, 많은 유럽 도시가 이를 따랐다. 베네치아의 유대인 구역은 옛 주물공장터에 세워졌다. 이탈리아어로 getto가 주물공장을 뜻하니 이게 ghetto의 어원이라 볼 수도 있지만, 교외를 뜻하는borghetto, 즉 borgo에 작다는 뜻의 접미사가 붙은 것이라고 말하는사람도 있다. 오늘날은 ghetto의 뜻이 넓어져 고립된 소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의미의 영역은 확장되었을지언정 그 뿌리가 반유대주의에 있다는 역사적 사실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수는 없다"며 그 사실naked truth있는 그대로의 사실라는 표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우화「진실과 거짓」에서 비롯되었다. 이 우화는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서정 시집Horace‘s Odes』과 고대의 몇 가지 이야기에 등장한다. 내용인즉슨 진실과 거짓이 함께 목욕을 하는데, 거짓이 먼저 물에서 나온 뒤진실의 옷을 훔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진실은 거짓의 옷을 입느니 알몸이 되겠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표현으로반복되다가 중세 시대에 naked truth로 확립되었다. naked truth와 대척점에 있는 말로는 the skinny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 가십가 있는데, 비교적 최근인 1930년대에 태어난 말이다.
May는 여신 Maia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Maius mensis에서 온 단어다. 마이아는 그리스신화의 티탄 신 아틀라스의 일곱 딸 중 하나로로마신화에서는 봄과 다산을 상징하는 마이아 마에스타Maia Majesta가되었다. may는 산사나무 꽃의 이름이기도 하다. 개화 시기는 5월이며 영국 시골 곳곳의 산울타리에 핀다. 고대영어 노래인 <May Day> 가사를보면 "5월에 견과nuts를 주우러 가네"라는 대목이 나온다. 주로 가을에보이는 견과를 5월에 이야기하는 게 이상해 보이는데, 아마 산사나무꽃다발을 뜻하는 knots of May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darling buds of May 도 산사나무를 가리킨 걸 수 있다.
1525월 4일은 스타워즈의 날이다. <스타워즈> 팬들은 이날 "May theFourth be with you"라고 인사를 나누는데, 이것은 <스타워즈>의 유명대사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함께하길"를 비튼 표현이다. 수세대에 걸쳐 수천만 명을 사로잡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세계까지는몰라도 영화계의 판을 바꾸었다는 평을 받는다. <스타워즈>는 언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droid, jedi, lightsaber, Padawan 같은 단어와 함께 Force의 새로운뜻이 〈스타워즈>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jedi(<스타워즈>에서 신비의 힘인포스를 사용하는 영웅적인 수도승 전사)는 뛰어난 기술이나 불가사의한 힘을가진 사람을 두루 뜻한다. 영화에서 로봇을 뜻하는 droid는 주로 인격없는 자동인형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며, 제다이 수련생을 뜻하는Padawan은 젊고 미숙하고 순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스타워즈>는 정치에도 스며들었다. 스타워즈라는 말 자체가 전략방위구상(1983년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군사 방어 전략, 소련이발사한 미사일을 우주에서 파괴하는 계획이다)의 별명이 된 것이다. <스타워즈>가 세상에 선보인 지 40년가량이 지난 지금, 악의 무리에 대한 승리와몰락한 영웅의 부활을 그린 이 이야기는 중요한 문화 지식 중 하나로남아 있다.
1954년 5월 6일 어느 비바람 부는 오후,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의한 의학생이 근무를 마치고 옥스퍼드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몇 시간 후에 달리기의 역사를 바꾸었다. 로저 배니스터는 훌륭한 달리기 선수였던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배니스터의 아버지도 당시 많은 선수가 그랬듯 달리기가 끝나면 곧잘기절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배니스터는 아버지와는 다른 상황에서 달리기를 배웠다. 그에게 달리기는 취미일 뿐 아니라 나치 대공습 때 방공호로 달아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아마 빨리 달리지 않으면 폭탄이 머리 위로 떨어질 거라고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과 함께 『영어 방언사전 Englih DialectDictionary)은 잠자리에서 읽기 아주 좋은 책이다. 조금 두껍긴 하지만, 옥스퍼드대학교 문헌학자 조지프 라이트의 주도하에 발간된 이 여섯권짜리 방언 모음집은 아직도 이 분야의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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