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한 권 가격이 요즘 15,000원 안팎이다. 책이 한 권 팔릴 때 저자가 받는 돈, 즉 인세는 대부분 책값의 10퍼센트다. 그러니 한국문학의 기대주는 인세 외에 다른 수입이 없으면 기초생활 수급자 신세고, 한국 소설의 미래도 인세만으로는 먹고살수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계산기 두들기며 겨우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겠다. 대세 작가라도 집 사고 싶으면 강연과 방송에 열심히 나가야 하고.
이야기를 다시 앞으로 돌리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음 책이손익분기점을 넘을 작가를 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1만 2만부가 팔리는 작가는 자기 인세로는 외식 즐기기도 빠듯한 주제에출판계에서는 벌써 인기인이다. 출간 계약은 이미 여러 건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계약을 맺지 않은, 원고를 금방 받을 수있는 다음 기대주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눈에 띄는 신인에게지난번 책 얼마나 팔렸나요? 2쇄 찍었나요?" 하고 묻게 된다(여기서 팁 한가지. 신인이고 2쇄를 찍었다면 주변에 자랑하고 소문을 내라. 그래야 다음 책을 낼 기회를 얻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작가들이 잘 모른다. 우선 출판사마다 인세를 입금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어느 책이 다른 책보다 더 많이 팔렸는지 아닌지를 베스트셀러 순위로 가늠하는 일조차 힘들다. 크고 작은 서점에서 팔린 전국적인 도서 판매량 순위를 집계하는 기관은 없다. 여러 대형 서점에서 각각 주간 판매 순위를 발표하지만 서점 규모도 다르고잘 팔리는 책의 종류도 다르다. 심지어 순위 기준도 제각각이다. 어느 서점은 예약 판매를 순위에 포함시키고, 어느 서점은 지난4주간의 누적 판매량을 순위에 반영한다.
독서 문화의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까 약해질까? 소규모 출판 혹은 1인 출판 사업자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예측분석이 가능해지면 모험을 더 많이 벌일까, 아니면 이 땅의 척박함을 확인하고 몸을 사릴까? 값싼 기획물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출판사는 사재기 유혹에 더 시달릴까 아닐까? 장기적인 영향과별도로 단기적인 충격이 크지는 않을까?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었다. 두 시스템 모두 도서 판매량을 전체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출판사와 저자에게만 제공하기 때문에, 위 글에서 내가 궁금히 여겼던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 상태에서 도서 판매량을 전체 공개하면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 같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 공히 아직까지는 시스템 자체에 부족한 점이 많고, 이 문제를 둘러싼 출판계 내부 갈등도 심하다. 그래도 방향은 이 길이 맞는다. 서둘지 않고꾸준히 개선해나가면 좋겠다. 각종 공연 입장권 판매량을 집계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도 정착에 시간이 꽤 걸렸다.
분위기가 훈훈했건 흉흉했건 강연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나는 서배스천 영거보다 더한 새가슴이라 강연을 마치고도 몇 시간이나 심장이 쿵쾅거려 밤에 잠을 못 이룬다. 어느 날 퀭한 몰골로 돌아온 나를 보고 아내가 전국을 누비는 약장수 같다며 짠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강연이 좋아졌다. 그런 길 위의 삶을 오래도록 남몰래 존경하고 또 동경했기에 약장수, 각설이, 풍물패, 서커스단, 엿장수, 두부장수, 칼갈이, 거기에 소설가도 추가요.
서글프게도 그런 손톱만 한 우위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강연료를 묻는 순간 연락이 끊기는 섭외자들이 꽤 많다. 공짜 강연을 바랐을 확률이 매우 높다. 강연장에 와서야 그 강연이 재능기부 행사였음을 알게 됐다는 작가나 번역가도 있다. 끝까지 강연료를 묻지 못했는데 나중에 입금된 금액을 보고 너무 소액이라 속앓이를 했다는 이는 부지기수.
이런저런 사연을 길게 적었으나 요즘은 이 문제를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매니지먼트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편하고깔끔하다. 강연 중개 시장도 형성되는 것 같고, 쉽고 자연스럽게양측 요구를 확인하고 의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는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발전하나 보다.
슬프게도 강연료나 고료 입금이 늦어지거나, 담당자의 ‘착각‘으로 금액이 적게 입금되거나, 인세 지급이 누락되는 일을 꾸준히겪고 있다. 지난해도 겪었다. 한데 담당자의 ‘착각‘으로 돈을 더리 받는 경험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낑낑대며 추천사를 써줬더니 마음에 안 든다며 어느 부분을고쳐달라거나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초보 작가도 있다.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는 이도 있다. 내 SNS 계정으로 자기 책을 홍보해달라는 것이다. 힘드는 일도 아닌데 그 정도쯤 못 도와주나 싶은 모양이다. 기분 좋게 추천사를 실은 적도 몇 번 있긴 하다. 내가 내 뜻대로 써서 어딘가에 올린 감상문을 보고 출판사가 연락해 온 경우다. 글 일부를 SNS에 활용하거나 2쇄부터 띠지에 넣고 싶다고했다. 그런 때에는 기쁜 마음으로 동의한다.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추천사 요청은 어지간하면 거절하려 한다.
내 경우 2010년대 중반에 맺은 출간 계약서부터 작가와 출판사가 2차 저작권 수입을 일정 비율로 나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작가 몫을 높게 책정한 출판사는 자신들이 작가의 이익을 그만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비율을 다르게 설정한 출판사에서는 그들이 소설 판권을 더 열심히 세일즈하고, 영화사와 협상할때 더 유리한 조건을 받아낸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설가들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듣기도 했는데 무슨 말이 옳은지는 알 수 없었다.
최근에는 자기 판권을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에 맡기는 작가들이 생겼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상담 센터나 예술인복지재단의 법률상담 카페에서는 창작자들에게 무료로 저작권 관련상담을 해주는데, 이런 공공서비스가 훨씬 더 확대되면 좋겠다. 우리 사이에 무슨 계약서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작가건 아니건.
2021년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 워크숍에 초청받아, 작가들에게 저작권 교육과 상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얼마 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문학 분야 저작권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추진하기로 했다. 내 강연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뿌듯했다.
내가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전에나는 표지에 대해 목소리 내기를 가급적 꺼렸다. 까다로운 작가, ‘진상 저자‘가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눈에 마음에 들지 않은 표지가 시간이 지난다고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싶고, 나중에는 화가 나기까지 하는 표지도 있다. 심해지면 그 책 자체가 싫어진다. 내가 별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심지어 언론 인터뷰 중에 "이 책 표지 마음에안 들어요" 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작가도 있을 정도니.
몇 가지 편견을 더 풀어놓자면, 나는 한국 작가가, 특히 문학작가가 자기 책 제목을 영어 단어로 정하는 게 어째 어색하다. 『뤼미에르 피플』을 낸 사람이 떳떳이 할 소리는 아니지만…………. 문장형 제목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논리적인 이유를 댈 수 없는 개인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럼에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내 인생 책이고…………어떤 제목이 좋은 제목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설명이 있다. 첫눈에 눈길을 끌되 소설 내용을 다 알 듯한 느낌은 피해야 하고, 다 읽은 뒤에는 ‘아하, 이런 뜻이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부르기 좋고 검색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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