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엄은 공사 현장에 가기 싫었다. 아침이면 차를 마시고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곳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문 목수나 소목장이나 배관공에게 미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어림없었다. 다들 그곳을 피하고 싶어했지만 매시가 가서 뭐든 모조리 들고 가라고 했다.
그는 매시가 조금 안심하는 것을 보고, 난생처음으로 그게 사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부모가 자기들을 얼마나 힘들게 먹여 살리고 있는지 두 딸과 아들이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리엄은 리엄인지라 그런 생각을 했다는 데 곧바로 죄책감을 느꼈다.
리엄은 딸 헬렌과 얼추 비슷한 시각에 집에 도착했다. 헬렌은 아빠의 문제를 까맣게 잊었는지 문턱을 넘기도 전부터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속 좁은 인간, 그렇게 못된 인간의 손에 학교를 맡기다니!" 그녀는 말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교장이 됐을까? 그러면서 애들이 왜 교육이 제대로 안 된 채로 학교를 졸업하는지의아해하지!" 그녀는 들어와 식탁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늘 저녁 없어."앤서니가 말했다. "아, 앤서니, 제발 먹을 거 말고 다른 생각도 좀 해봐. 저녁 메뉴가 뭐가 됐든 상관없어,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오늘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 엄마, 제 얘기 듣고 계세요?"
찍한다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 그럴 리가 있나. 나도 청소하느라 끔찍한 하루를 보냈고, 너희 아빠도 매시 매켄을 만나고 회사에서 잘리느라 끔찍한 하루를 보냈으니까 솔직히 우리 둘 다 그게 어떤 건지 모를 수가 없지."
"무슨 소리야!" 헬렌은 쏘아붙였다가 멈칫했다. 아빠에게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한 지금 같은 때 엄마가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뭘까? 엄마는 가끔 아주 이기적일 때가 있었다. 지금도 공감하는 말 한마디는커녕 헬렌의 고민에 귀를기울이지조차 않았다.
로넌은 이 집 식탁에서 온 가족이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로지와 수도 없이 싸우던 것을 떠올렸다. 그와 로지가 한두 번 조금 소란스럽게 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는 장모님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로넌은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앤서니도 마침내 자신 역시 쫓겨나야 하는 신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들고 다니는 가죽가방에 아이팟과 공책과 이어폰을 챙겼다. 계단을 올라가다 말고 미심쩍은 눈빛으로 뒤돌아보니 어머니가 식탁 위로 종이와 장부를 펼치고 있었다.
디와 리엄은 종이에 적힌 숫자를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소용없겠어." 마침내 리엄이 말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일거리를 따낸다 한들 별 도움이 안 되겠네." "뭘 포기해야 할까?"디가 물었다. "내가 술을 끊을게." 리엄이 말했다. "그건 얼마 되지도 않지."디가 말했다. "당신이 마시면 얼마나 마신다고. 그리고 술집에 가서 일거리가 있는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도 해야 하고." "그럼 줄일 만한 게 또 없잖아." 그는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시 가고 싶다." 리엄이 말했다. "그럼 가자." 디가 말했다. 그들은 종이를 더 꺼내서 다시 숫자를 계산했다. 방세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일대의 방 한 칸 월세가 얼마인지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시칠리아 여행 경비를 위한 사기 단지를 채우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근사한 여행이 될 거야."디는 선언했다.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자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수많은 싸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디는 딸을 쳐다보았다. 예쁘게 꽃단장을 했고 반짝이는 금발은 전문가에게 손질을 받았다. 그 일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조건 중 하나였다. 로지는 자기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걱정도 관심도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는 그녀의 딸이 어쩌다 이렇게 철없는 아이로 자랐는지 궁금했다.
로지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디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니, 나는 훌훌 털어버리지 않을 거야. 나는 오늘 사무실 바닥을 닦고, 지저분한 테이블 냅킨을 빨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긴 복도를 따라 청소기를 돌리면서 힘든 하루를 보냈거든. 여기서 몇 시간 더 진열대 채우는 일을 하게 돼서 기뻐. 지금까지는 내가 몇 년 전에 그 일을 시작해서 여태 하고 있고 앞으로도 몇 년 더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궁금하네. 내일 새벽 네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이제 그만 자러 들어가서 거기에 대해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로지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나도 네 엄마랑 생각이 같다." 아버지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방을 남한테 빌려주고 싶었으면 진작 말씀하지 그러셨어요."로지는 말했다. "저희가 하나같이 능력 있거나 뭐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잘 자라." 로지는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지고, 그렇게 냉랭한 아빠의 표정은 처음 보았다. 오늘은 특이한 날이었다. 조만간 대책 회의가 열릴 게 분명했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탄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었다. 자식들 중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헬렌이었다. 앤서니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로지는 결혼하고 집을 떠났다가 금세 돌아와 쇼핑몰에서 제물을 찾아다녔다. 적어도 헬렌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고 교사 연수를 받았다. 부모님은 아무 보상도 없이 방을 비워달라고 할 게 아니라 그녀를 기록하게여겨야 마땅했다. 작년 졸업식 때만 해도 부모님은 그녀가 정말자랑스럽다고 했었다. 지금은 왜 그 마음이 없어졌을까? 왜 그녀의 방을 써야 하니 나가달라고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얼굴 좀 그만 찡그려, 헬렌 그러다 얼굴에 흉측한 주름살이라도 생기면 네 언니가 그거 없애자며 끌고 다닐 거야." 모드가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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