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수루스의 충동적인 면이 덜 극적이고 덜 걱정스럽게 발현될 때도가끔 있었지만,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을 찾아가, 내가 토요일 아침엔 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내가 피곤해하는 것 같으니. 나한테 맞게 시간표를조정해줄 수 있겠느냐고, 그건 아름다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뒤로몇 학기 동안 열심히 해명해야 했다. 루스는 우리 모두가 아는 누군가의 전 남자친구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그녀가 헤어진 이후 수녀가 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일어난혼란과 당혹스러움은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루스는 패자가 되었다. 그녀는 부모님에게 드리려고 패키지여행 상품권을 두 장 샀는데, 부모님이 이틀 전에 못 간다고 통보를 해온 바람에 일주일 동안 울었다. 여행사에 지불한 계약금을 날렸고, 그때문에 부모님도 몹시 속상해했다.

그녀의 결혼 상대는 아주 뜻밖의 남자였다. 그래, 맞다. 모두 그러지 않는가. 하지만 루스의 결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많았고, 별거중이었으며(혹은 이혼했거나, 아니면 신비하게 보일 만큼 충분히 모호한 상태이거나), 아주 부유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상당히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들은런던에서 결혼했고, 이후에 성대한 칵테일파티를 열었다. 거기에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루스가 가장 낯설었다. 루스는 사람들에게 아양을 떨고, 잘 보이려 하고, 정말로 믿기지 않는 말을 했다. "네, 제가 행정과에서 일했었는데, 아주 재미있고 아주 도전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일은 더이상 안 해요." 그녀는 내게 40파운드를 넣은 봉투를조용하고 은밀하게 건네면서 너무 미안하다고, 이 년이 지났으니그에 대한 이자가 있어야겠지만 메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20파운드를 주라고, 우리가 굶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루스는 그가 지낼 방을 준비했고, 방을 장식하기 위해 말과 시골 풍경이 담긴 사진을 구입했으며, 그에게 빨간색과 파란색 카펫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물어보는 엽서를 끈질기게 보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엽서라 아들은꽤 난처했는데, 그의 고용인이 그에게 떠날 건지 떠나지 않을 수지-마음을 정했는지?―자꾸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와인 한 병을 우편으로 보냈고, 그 병은 깨져서 도착했다. 또 정원이 없는 사촌에게 장미나무를 선물했다. 내게는 내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 어느 여자에게 주라고 돈을 보냈다.
그 여자가 받지 않으려 해서 내가 적당한 기관을 통해 익명으로 전달하겠다고 하니, 루스는 그 여자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면서 아쉬워했다.

월을 지겹게 만들기는 아주 쉬웠다. 그는 금세 지겨워했고, 그의흥미를 끌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는 이른바 도화선이 아주 짧았다.
향수가 그중 하나였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지나는 이 사실을 하루에 몇 번이고 상기했다. 그에게 가을 낙엽이 체스트넛 스트리트에 떨어져 금빛 카펫을 이루면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한숨을 쉬는 것 같다고 말해봤자 소용없었다. 윌은 어깨를 으쓱했다. 노란 잎, 누가 그런 게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그가 낙엽을 어떻게생각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나는 가슴에 납덩이가 들어앉은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은 크게 한 걸음 올라가는 것이며 윌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동시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궁금했다. 그는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와 함께 갈 거라고생각했다. 간단했다. 서로 사랑하니까. 그리고 지나는 런던에 오기위해 이미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니 그 일로 마음이 무거워질 이유가 뭐가 있는가? 윌은 캘리포니아로 가면 지나가 돌아와 부모를 돌보기가 어려우니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못하는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은혜를 갚아야 했다. 그녀의 부모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세 자식에게 줄곧 잘해왔다. 지금 버려져서는 안 되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했다.

지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 하이 스트리트에서 내리면서 무거운한숨을 쉬었다. 집에 가기 전에 쇼핑을 조금 할 작정이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건포도 번을 구워줄 것이다. 어머니는 길쭉하게 생긴쇼트브레드를 좋아했다. 부모님이 이런 것을 직접 사거나, 클라우드 부인에게 사다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검약하게 살아온 그들이라. 이런 소소한 간식을 사는 습관이 없었다.
슈퍼마켓에서 그녀는 매슈 케인을 만났다. 그는 늘 그녀를 보면 미소를 지었다.

월은 미국인 관계자가 이곳에 와 있어서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지나는 집으로 돌아가면 파이를 만들어야 했다. 미국인은 집에서 만든 파이를 아주 좋아했다. 게다가 그녀는 그날 밤을 위해 치장도 좀 해야 했다.

지나는 일흔세 살인 어머니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떠오르는것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기보단 더 많이 웃었는데, 아버지의 이름이 조지였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할일이 많을 것이다. 형제들에게 전화하고, 병원에 연락하고, 노인 주간보호센터를 알아봐야 한다. 건축설계사를집으로 불러서 체스트넛 스트리트의 집을 개조하는 문제도 상의할것이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 빈자리가 있는지도 알아볼 것이다.
강아지도 보러 갈 것이다. 크림드 라이스만 먹어야 하는 불쌍한 강아지들. 그녀는 부엌 식탁에 앉아 결정을 내릴 것이다. 중대한 결정을.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캘리포니아로 가는 것과는 무관했다.

아이비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편지를 쓰길 바랐다.
봉투가 우체통 안으로 떨어질 때면 아주 기분좋은 소리가 나곤 했다. 요즘은 청구서와 공짜로 뭘 준다는 내용의 우편물, 그리고 알고 보면 아무것도 당첨되지 않았는데 크루즈 탑승권에 당첨됐다고말해주는 우편물밖에 오지 않았다.
한동안 아이비는 조카들에게 직접 편지를써서 보냈다. 꽃집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도 편지를 보냈고. 하지만 반응은 늘 똑같았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카드 뒷면에 죄책감이 담긴 문장을 휘갈겨 써서 보냈다. 정말 미안하다고, 당연히 답장해야 하지만 사는 게 몹시 바쁘다고, 아이비가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는 게 유감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