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는 신이 절대로와 기필코를 동시에 구유한 존재임을 믿었고 전능한 동시에 무능함을 믿었다. 신은 그런 존재였고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 되었다. 그를이해하려 들면 안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신의 군사들은 존재한들 자연에 별다른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사라지는 쪽이 자연에 도움될 것 같은 인간들의 죽음보다, 신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태도에 분노했던 듯싶었다.

시작은 진저리 나는 영원을 죽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훗날의 인간은 이것을 보고 신의 위대함과 접촉 불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게 될 터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것의 정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궁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ㅡ대지를 캔버스 삼아 거대한 그림을 그려 넣은 존재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그 끝에 신을 알아보는 방법을 하나라도 더 발명해내는 한편, 신을 향해 한발 걸어갈 수 있을 터였다. 신에게 무언가를 질문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고 때론 원망하는 것은 천상에서는 모독이자 불온함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렇다고 하여 적절하고 무게 있는 예의를 갖추지 않음이 곧 신에 대한 경애가 없음을 말하지는 않았다.

나는 민망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같이 꿈을 쥐어짜다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는지 더는 움직일 수도 밥을 먹을수도 없었다. 그저 꿈을 꾸어야 해, 꾸어야 한다고다짐하면서 퀴퀴한 이불에 얼굴을 묻고 까무룩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꾸었는지, 꾸었다고 착각하는지 모를 꿈속에서는 전날 본 청년 국제 봉사 프로그램 모집 공고의 한 구절이 고장 난 전광판처럼 깜박였다. 이 아이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내일의 꿈을 나누어주세요. 이 꿈은 그 꿈이 아니고그 꿈은...……….

글을 쓰면쓸수록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아무거나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졌으며,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그는 비로소 그 무엇도 쓰지 않음 세상에 어떤 글도 존재하지 않음이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궁극의글쓰기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정적보다 완벽한음악이 없듯이, 점 하나 찍지 않은 흰 도화지가 화려한 그림을 압도하듯이, 태어나지 않음이야말로가장 안전한 삶이듯이.

일부 프로그램 오류로 인한불발탄이 있다 해도, 그중 하나라도 적중하면 맞붙어 있던 다른 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지. 너의 고통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내 약속하마. 나를 믿어주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이 업을 달성해주렴. 앞서 간 다른 모든 아이와 마찬가지로, 1년에 하루 우리 부대에서 정한 기념일에 잊지않고 묵념하며 너의 영면을 빌겠다.

아무리 유기된 아이들이 많고 조직적 계획적으로 교배하여 개체 수를 늘리더라도, 사방이 지옥인특수 상황에서는 그 어떤 동물들도 모자라 허덕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실험실의 동물들도 가능한한 아껴서 최소한의 대조군을 두어야만 하지. 열 마리를 해칠 것을 여덟 마리, 네 마리, 마침내 두 마리로 줄여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출된 개체들의 규모에는 한계가 있어서, 마침내 민간 가정에서도 그들이 키우던 가족을………… 내놓아야만 하게 되었지.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입회인의 존재였단다. 싸움을 중재하는 자, 양측의 입장 전달자,
서로의 무기 점검자, 때론 당사자들이 크게 부상을입어 결투 불능 상태가 됐을 때 대리인이 되어 싸우는 자.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고 누군가와 시비를다툴 일이 있다면, 신성한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의뢰인들을 대리하여 변론 내지 수사라는 이름의 칼과 총을 쥐는 모습을 보게 될 거다.

그 모든 과정에서 세상은 너를 무너뜨리거나 해코지하기에 여념이 없을 테지만, 무엇보다 용기를 잃지 말기를.

일어나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녀는 15분 내로 도착한다는 사장의 말을믿기로 하고 그에게 문을 열어준다.
어 춥다, 안녕하세요. 하며 등에 백팩을 멘 모습으로 들어서는 남자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암만 봐도 부모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아이같고, 이 청년이 아무리 집 곳곳을 사진 찍어 가서부모에게 컨펌을 받는다 해도 역시 부모가 한번더오든지 아니면 이번에도 간만 보고 말리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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