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수백 년 전과 수백 년 뒤라는 시간을 의식하고, 자신이 그 일부라고 여기게 된다. 거리와 골목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자기 존재가깊은 뿌리, 또 먼 미래와 이어져 있음을 믿게 된다. 현수동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한다.
이런 역사 감각은 조선시대 궁궐이나 민속촌을걸을 때에는 얻지 못한다. 그런 장소들에는 현재가너무 희박하며, 나는 그 공간의 방문객일 따름이다.
궁궐에 살았던 사람은 나와 비슷한 신분도 아니었다.
궁궐이나 민속촌의 존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런곳이 내 고향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흰 꽃이 피고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나무들 아래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웃통을 벗은 채땀을 뻘뻘 흘리며 금속을 달구고 두드리는 대장장이들, 콩을 삶는 가마솥에 장작을 넣는 소년 소녀, 그앞으로 새로 만든 독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여인들 막배에서 내린 소금장수와 얼굴이 까맣게 탄 새우젓장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