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여행지에서 걸을 때와 서울에서 걸을 때 나의 태도는 퍽 다르다. 여행지에서 나는 지도를 잘 보지 않는다. 워낙 심한 방향치라 길을 잃을 것이 필연적인데 크게 걱정하지도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나게 되는 뜻밖의 풍경들 앞에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해지기 때문이다.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처럼, 겁 없는 탐험가처럼 나는 호기심에 이끌려 기꺼이 성큼성큼 지도 밖으로 걷는다. 운동화 밑창이 닳고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헤어질 시간을 미루느라 집이 코앞인데도 일부러 골목을 배회하는 애틋한 연인들처럼 나는 목적지에서 멀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웃거리며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