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우리는 따뜻한 불을 쬐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뭔가가 가까운 강물 위로 떠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지, 내가 말했다. 잘 모르겠는걸, P가 말했다. 뭔가 길쭉하고 빨간 것이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P가 자리에서일어났다. 고무장갑이야. 그가 소리쳤다. 나는 못 믿겠다는 듯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것이 고무장갑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빨간고무장갑이었다. 빨간 고무장갑이 거짓말처럼 강물 위를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냐. P가 말했다. 우연일 수가없어. 이건 어떤 계시야. 아니야, 그 어떤 계시도 아닌, 그냥 우연일 뿐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는 강물 위를 유유히 떠내려가고 있는 그 고무장갑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것이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