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바라는 것을 함께 도모했던 우리가, 이제는 각자 살아남을 길을 찾기 위해 흩어지는 사람들로 남아야 한다는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 더이상 남겨지는 방식으로 살지 말자.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내가 지금껏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왔던건 둔감해서였다고 해두자. 하지만 행복과 둔감이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건 안다. 말하자면 나는 이제 어떤 단어라도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게 잘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호영의 답장이 늦는다. 견디다보면 결국 누군가를 닮게 될 뿐이라는걸 호영은 알까. 엄마가 사다리를 오르더니 지붕의 눈을 털기 시작했다. 나는 장갑을 끼다 말고 서둘러 썼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