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애인이었다. 준우는 받기 싫은 마음과 함께 전화가 끊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들었다.
대여섯 번의 신호 후에 급히 전화를 받았다. 서울에는 비가 내리는데, 당신은 좋아? 애인의 목소리는 방금 잠에서 깬 듯 나른했다.
저쪽에서는, 그랬어? 그랬어? 하며 아이를 달래는 듯한 홍의 목소리와 기사의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왔다. 휴지를 버리고 싶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휴지통이 없었다. 손에 쥔 휴지는 점점 더 축축해졌다. 준우는 휴지통을 찾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다른 마음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