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에서 태어났다. 하루가저물고 있었다. 하늘은 타올랐고 바람은 숨죽인 채 잠들 곳을 찾아 대지를 배회했다. 땅을 어루만지는 갈대 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기지개를 켰다. 가늘고 흰 팔이공작 깃털처럼 펼쳐졌다. 평평한 젖가슴과 마른 다리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머리카락은 꿈틀거렸고 얼굴에는 기품이 흘러넘쳤다. 그녀는 팔다리를 천천히 주의 깊게 움직여보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인 것처럼 팔다리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움직이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표오 한숨을 내쉬고는 한 발을 내딛고 또 한 발을 내딛으면서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