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할 길 없는 내 안의 무력함이 발가벗겨져 검푸른 피멍이 든 모습을 본따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해변에 닿는 일보다 더욱 힘겨웠던 것은 헤엄쳐 뭍에 닿은 다음 고부랑길이며 여기저기 서로 곧장 연결되면서 8자 모양을 이룬,
사람의 발이 거의 닿지 않은 오솔길을 오르는 일이었다. 아주 천천히 일정하게 한 발 한 발 내디뎠으나 암벽에 쌓인 오후의 열기 탓에 얼마 걷기도 전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목구멍에서는 피가 치솟았다. 가는 길 곳곳에 앉아 있던,
움직이다 말고 공포로 몸이 얼어붙은 도마뱀처럼 저 피아나의 고지로 다시 올라가기까지 좋이 한 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그뒤로는 마치 공중부양술을 터득한 사람처럼 아무런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마을 외곽의 가옥들과 정원들 사이를거닐 수 있었다. 그때 따라 걸었던 담벼락 너머에는 지역 주민들이 망자를 묻는 한 뙈기 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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