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시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사물에 지나친 감상을 투여하는 것을 경계하라 했다. "우체통이 외롭게 서 있다‘ 같은 문장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체통은 그저 서 있는 것이지 외로운 것은 우리 자신이라며, 또 다른 선생님은 신파를 경계하라 가르쳤다. 잘 직조된 논리와 내적 정합성으로 설득해야지 무작정 나의 감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읽는 이보다 쓴 이가 먼저 울어버리면, 그게 바로 신파라며.
나는 버린 옷장을 보며 감상과 신파를 둘 다 획득했다. 옷장은 내장이 텅 빈 채 쏟아지는 빗줄기 아래 외롭게 서 있었고 나는 내가 비워낸 모든 추억과 역사가 서러워 신파적인 눈빛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