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놈에게 하듯이 주근주근 말을 걸곤 했었다. 속을 알 수없는 짙푸른 웅덩이 속에 꽃잎을 따 밀어넣으면 물그림자를일으키는 것이 꼭 철이 놈이 화답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을 두어도 철이 놈이 떠나가고 없는 빈 자리를메울 길이 없었다. 가슴에 뚫린 구멍 때문인지 한이는 부쩍웅덩이를 찾는 일이 잦았다. 이슥한 밤에도 무서운 줄도 모르고 웅덩이를 향해 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꿈에조차 품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해 봄 그를보자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의 아이를 갖고야 말겠다.
는 터무니없는 욕망에 불같이 사로잡혔다. 그날도 한이는 홍선생에게 다녀오던 길이었다. 바람을 일으키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한이로 인해 들에 까뭇까뭇 앉아 낱알을 쪼던 철새들이 화들짝 놀라 떼를 지어 날아올랐다. 한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고 멈춰 서서 시커멓게 날아오르는 새떼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떼를 이룬 것은 새만이아니었다. 머리며 얼굴, 옷차림까지 온통 철새 분장을 하고풀섶에 엎드려 있던 한떼의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한이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