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이 시작되던 그해 봄, 시골로 작업실 옮기고 나서부터텃밭을 일구고, 여남은 살 어름에 잡던 농기구를 근 사십 년 만에 다시 잡았다. 어머니 대지와의 재회는 내 어머니와의 재회이기도 했다. 잊고 있던 잡초 이름들이 고스란히 다시 생각났다.
손가락 구석구석에 물집이 잡혀일하다 말고 일회용 반창고 붙이는 일이 잦았다. 석양 무렵이면 내 집 뜰에서 마을 어른들과술을 마시고는 했다. 나와 함께 마시는 분들은 대부분 일흔 살앞둔 분들이었다. 잣나무를 ‘저 노인네‘라고 부르던 그분도나와 자주 어울렸다. 하루는 그분이 논물 보러 올라왔다가, 들마루에 앉아 손가락에다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나를 보고는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연장마다 물집 잡히는 데가 다 다르지요?"
세상 살면서 들은 많은 말 중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지어낸말마디 중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정신의, 오래되고 또오래된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그분을 ‘그‘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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