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안개 속에 조금씩 서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앨런은 평생 처음으로 검게 그을리고 점점움푹 파여가는 불안한 얼굴로 잔존하고 있었다. 키넬 부부도 시간을 끌었다. 그러나 대화는 전보다 줄었다. 리카르도와의 일 이후로 앨런은 브랜든에게 야릇한 경멸감을 드러냈다. "저 머저리 같은 녀석이 당신이 시키는 대로 멍멍이처럼부두로 뛰어내리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조제는 그의추론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그에게 일깨워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리카르도 이야기에 지쳐 있었다. 앨런이 그녀에게 리카르도의 매력에 관해 수없이 퍼붓는 질문들에 답하고 리카르도 생각을 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아니‘
라고 외쳐 대답하느라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태양도 그녀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앨런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무실에 나가 일하지 않는 것을 몹시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추운지방에서 입는 큼지막한 스웨터가 그리웠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추리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도 이유를 모른 채어느 화창한 날 플로리다에서 죽어가는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