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를 힘의 세기로 결판내는 약육강식의 습관은 말싸움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반드시 ‘이겨먹어야 한다는마음의 밑바닥에는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독선이 깔려있다. 상대방은 뭔가 꿍꿍이가 있고 이기적이다. 내가 이겨야 정의의 승리다.
이런 전투 상황을 벗어날 비법이 있다. 말싸움 중간중간에 물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다. 말싸움은 자기 주장을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게 목적인데, 이를 더욱 확실하게성취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반론에 대한 고려’이다. 내 주장에도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상대방의 주장에도 쓸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고 인정해주는 단계. 이 ‘반론에 대한 고려는 물론’이란 말로 구현된다. 자기 말만 하다가도 물론’이떠오르면 브레이크가 걸리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총을 내려놓고 싸움 없는 중립지대로 모이자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적진에 뛰어들어 보라는 말이다. 상대방의 안마당을 거닐면서 그에게도 모종의 ‘이유‘가 있음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덕을 쌓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배려심인데,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는 성찰과 겸손함이 없으면 할 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