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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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얼마 전부터 하늘은 신비한 푸른빛을 띠며, 모든 것을 삼킨 깊은 어둠 가운데에서 순식간에 숲의 윤곽이 떠오른다.
일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아침은 싱겁게 밝아온다. 침대에서일어나 가운뎃마당에 면한 작은 유리창 블라인드를 올린다. 안개다. 어느 틈에 어디에서 솟구쳤는지 하얀 덩어리가 계수나무가지와 잎사귀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움직인다. 조용했다. 새도포기하고 지저귐을 그만두었나보다. 유리창을 열고 코를 멀리밀듯이 얼굴을 내밀고 안개 냄새를 맡는다. 안개 냄새에 색깔이있다면 그것은 하얀색이 아니라 초록색일 것이다. 옆의 설계실블라인드를 소리나지 않게 올린다. 좌우로 넓게 퍼진 남향창 가득히 안개가 흐르고 있다. 가운뎃마당에 있는 큰 계수나무가 안개 속에 가라앉고, 안개 속에 떠 있다. 선생님은 이런 숲 속을 산책하는 걸까. 길을 잃지는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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