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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캐서린 크로퍼드 지음,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내게는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 외삼촌, 그리고 이모가 많이 계신다.
나 뿐 아니라 우리 할머니들 세대는 그렇게 여럿을 낳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사촌동생들을 낳아 키우시는 걸 볼 수 있는 경험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직접 키우는 사람과 곁에서 구경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법.
동생들이 나고 자라는 걸 보면서도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정교육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두들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낳기만 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며 사는 것인줄만 알았다.
큰이모께서 사촌동생을 낳으러 친정에 오셨을때 나는 여덟살이었는데
갓 태어난 사촌동생은 온종일 하는 일이 먹거나 자는 것이었다.
아기 보고 싶어서 놀러가면 아긴 낮에도 밤에도 늘 자고 있었다.
늘 먹거나 늘 자는 아이를 키우는 건 그래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나도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
생경한 일이었으므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렘이 훨씬 컸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나라고 못할쏘냐 하는 용기도 있었다.
그래,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출산과 육아의 과정이 어떤것인지 그땐 몰랐지.
갓 태어난 신생아는 하루 24시간 중 스무시간이 넘게 잠을 잔다고 하니
하하 쉽네. 그래 네시간쯤이야 아이에게 몰두하고 나머지 스무시간은 내가 잘 활용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_-+
그러나 아이는 스무시간을 내리 자는 것도 아니었고 깨어 있는 동안은 물론 잠자고 있는 동안에도
끊임없는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였다.
내 몸의 회복도 미쳐 되기 이전에 전적으로 내게만 의지하는 한 생명체를 돌본다는 행위는
굉장한 책임감과 희생, 체력적 뒷받침 그리고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막상 낳아 키우다보니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많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다.
언제나 내가 선택해서 결정을 내려줘야 할 일들로 가득했고
과연 내가 한 선택과 결정이 아이를 위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첫 출산부터 차례로 세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면서 이제와서 느끼는 것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 모든 일들이 그렇다고 다 내가 알고 내가 잘해서 해 낸 일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한 내가 키운다고 아이가 내 마음대로 자라주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 환경과 상황 그리고 내 성향과 의지, 나의 육아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하고 자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번번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어려움에 처할 때가 많아서
나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는 수 밖에 없는데
웃 어른들이 함께 모여 살며 공동육아가 가능했던 옛 시절 대가족제도 안에서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그 집안의 가풍과 오랜 경험에 따라 전수하고 전수받으며 아이를 키울 수 있었으련만
지금은 그런 형편이 아닌 까닭에 의존할 수 있는 건 각종 육아서와 매체들일때가 많다.
그리고 그 육아서와 각종 방송 매체들은 그 시대를 이끌어가는 어떤 교육관, 교육철학에 따라
유행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요즘처럼 지구촌 시대에 접어든 현대에는
우리의 전통육아 뿐 아니라 서구의 교육철학, 교육방법 등에 따르게 되는 일도 많아 지는 듯 싶다.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라는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듯 싶은데
나는 이 책이 퍽 맘에 들었다.
뭐랄까 좀 더 소신껏 육아와 교육에 있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와 프랑스 육아, 철학등을 대단히 신봉하며 좋아하는 미국인 여성이라
책 전체에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엄마들은, 여기가 프랑스 였다면 이런 경우에는..... 이라는 말들로
뒤덮여 있어서 간혹 거부감(?) 혹은 왠 문화 사대주의(?) 하는 갸우뚱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사람이 그렇게까지 비교해가며 챙기고 주워섬긴 프랑스 엄마들의 프랑스식 교육과 육아는
틀림없이 다시 한 번 우리도 되새겨 보고 생각해 봄직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가운데 좋은 점을 취할 수 있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그렇게 고민하고 희생하고 힘들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육아를 우리가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주체인 엄마들의
확고한 주관과 소신, 양육의 원칙 그리고 독립적 마인드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구태여 미국식은 다 나쁘구나 내가 미국식을 많이 따르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가져야 할 필요도,
그래서 앞으로 프랑스식으로 아일 키우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할 필요도,
그렇다고 미국식도 프랑스식도 필요없고 우리의 전통육아를 다시 알아보자며 공부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쩔쩔매며 질질 끌려다닌다거나,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이 고작인 요즘 세대에 자기 자녀가 왕자나 공주인 줄 알고 엄마는 무수리가 되어 온갖 시중을 다 들며 산다거나,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상처 입을 일 없이 키울 요량으로 아이의 인생 앞에 엄마가 서서 방패가 되어
모든 것을 다 엄마가 해 주려다 아이가 정작 인생의 다양한 경험 없이 어른이 되어
어려움과 고난 슬픔 아픔 등에 놓였을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엄마인 나는 소신을 갖고 분명한 원칙 하에 집안의 질서를 잡고
아이를 존중하되 방종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데에 엄마로서의 도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육아서, 자녀교육서 등이 나오는데
이런 책을 통해 그 가운데 균형을 잡을때에 도움을 받은 수 있을 듯 싶다.
나로서는 이 책이 대단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으며 뭔가 모르게 통쾌했다.
그리고 그간 짐처럼 짊어지고 있었던 아이들을 향한 죄책감을 벗고 내려놓았다.
지혜롭게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책.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것도 같다만)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어보면 그에 대한 대답을 알 수 있다. ㅋ
대단히 간단한 일이며 사실은 우리도 그렇게 자라왔다.
우리가 그렇게 키우지 못하고 있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