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는 거짓말 안 해! 재미난 책이 좋아 18
울리히 후프 지음, 하이케 드레벨로브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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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거짓말 안 해] 이게 제목이다.

여우만 거짓말 안 하나? 아니지, 동물들이 거짓말도 하나?

하필 가장 교활하고 꾀 많은 동물로 알려진 여우가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게 책의 제목이네~.

제목은 의미심장했는데 막상 내가 읽어보려니 좀 몰입이 어려웠다. 활자는 크고 나오는 등장인물은 죄다 동물들이고.

이해력이 좋으면 2학년부터, 마음이 순수하다면 4학년까지 읽기에 딱 좋겠다 싶었는데

책 뒤에 그렇게 써 있었다. 3,4학년을 위한 재미난 읽기책 시리즈입니다라고. 아 역시 그랬구나...

이 책은 그러니까 그런 책이다. 저학년도 고학년도 아니고 딱 중간 정도의 3, 4학년 아이들이 깨끗한 마음으로 읽을만한.

TV에서 하는 외국에서 온 청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니 독일 유머 재미없다고들 하던데 뭐랄까 정말 그 말에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랄까. 재밌으려고 쓴 책은 아니고 나름의 재미를 표방하는데 나로선 재미보단 오히려 교훈적이고 철학적인 느낌을 받은 듯한.

아이들에겐 그래도 재미있을지도...

이 이야기에는 여덟 마리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배경은 공항.

원래 희곡으로 쓰여졌던 이야기이고 아이들을 위한 연극으로 만들어졌던 작품이라는데 배경이 줄곧 공항이므로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묘사 대화 사건들에만 집중하면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수없이 들고나는 곳이 공항인데 하필 그곳에서 비행기의 결항으로 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갇힌 동물들의 이야기.

공항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견으로 활동하며 사고로 후각을 잃었지만 모두에게 그 사실을 숨기는 개.

TV광고모델을 하고 늘 썬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자신의 직업을 자랑하지만 실은 나이가 많음을 감추기 위해 털을 염색하고 화장을 하는 호랑이.

지적 능력을 마구 뽐내고 여러나라 언어를 구사한다고 우월함을 뽐내지만 사실은 부모 없이 태어난 복제양 두마리

수다스럽고 부산하며 자신이 날지 못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위

아프리카 밀림에서 잡혀 온, 남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척 하며 늘 약을 먹는 원숭이

틈만 나면 잠을 자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보호종이라 우기는 판다

머리도 좋고 말주변도 좋으나 남을 속이고 범죄를 저지른 후 공항으로 도망쳐 온 여우... 가 등장한다.

그런데 텅 빈 공항에서 신 나게 파티를 연 다음날 여권이 사라졌다. 누가 훔쳐갔을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동물은 누구일까?

'자, 우리 친구들~ 그러니까 이제부턴 거짓말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해요. 거짓말은 아주 나쁜거에요' 하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고

여덟 마리의 동물들이 공항에 갇혀 처음에는 거짓으로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허풍을 떨다가 점차 숨겼던 진실을 드러내며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국 거짓으로는 참된 우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책. [여우는 거짓말을 안 해!]

정말 여우는 거짓말을 안 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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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을 위한 행복한 청소부 - 2015 초등 국어 교과서 수록, 한영합본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수잔나 오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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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을 보면 저런 환경, 저런 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싶은 경우가 꽤 있었다.

행복은 그렇게 환경이나 조건이 좋아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조건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스스로가 만들고 느끼는 삶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 행복한 사람들의 훌륭함, 존귀함이 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많이 가졌다고 움켜쥐었다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행복하다는 사람보다는 보잘것 없지만 그 가운데서 나누고 기쁨을 느끼고 보람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아는데도 나는 왜 많이 갖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 뭔가를 이루려 드는걸까...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순간은 나 역시도 그런 것들을 성취하거나 올라선 어느 때가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행복한"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조금은 긴장이 된다. 정말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동안엔 나랑 같거나 나보다 어려워 보이는 일상과 사건들이 그들에게도 있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며 때론 마음이 쿵 떨어지게 놀랄만큼의 일들도 있곤 했으므로.

그런데 이 책, 행복한 청소부에는 가슴 떨리게 긴장될만한 아픈 이야기나 불쌍한 시절 같은 건 없다. 그냥 자신의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즐거워 하고, 철저히 잘 하는 프로페셔널한 청소부 아저씨가 나올 뿐이다.

자신이 맡은 구역의 거리와 표지판 닦는 일을 어찌나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지 늘 표지판들이 새것처럼 반짝 거릴 정도.

청소라는 것이 원래 더러움을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이지만 또 청소해 놓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더럽혀 지기 마련이라 청소를 하는 사람은 고달프고 정작 자신은 더러움을 뒤집어 쓰게 된다. 되풀이되는 고단하고 먼지나는 일이라 청소하는 와중에 가까이 가려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도 도로 더러워질 것을 왜 닦고 있나,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딱 쉽다.

그러나 이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고 잘 했고 열심히 했다. 그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였다.

다시 더러워져도 다시 반짝이게 닦아 놓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는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맡은 구역의 거리이름인 작가와 음악가들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마치면 음악회에 가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고, 공부했고, 작가의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는 청소를 하며 (표지판을 닦으며) 혼자 가곡을 부르기도 하고 자신이 알게 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가곡을 부르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아저씨가 사람들이 듣는줄도 모르고 하는 강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며 점점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나중엔 방송 출연 제의를 받기도 하고 교수청빙까지 받게 되는.

그러나 어쩌면 더 유명해지고 더 편안해지고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그 일을 거절한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는 "표지판 청소부로 머물렀다."로 끝난다.

세속에 물든 나는 살짝 허무했다. 교수님이 되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며 거기서도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하지만 이내 교수가 청소부보다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렇게 드러난 어떤 자리, 조건,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역시 행복이란 내가 무엇을 얼만큼 갖고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고 내가 처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며 보람을 찾아 잘 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다.

이 이야기는 초등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며 이 책은 한영합본으로 되어 있어서 뒷부분은 영어로 나와 있다.

읽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단어정리가 따로 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 언급된 작가와 음악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도 되어 있는데 그들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불러 일으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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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월간우등생 학습+논술(1년) - 5학년
천재교육(정기구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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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20세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사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로 책을 사거나, 물건을 사거나 하는 등의 어떤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때 그렇다.
옛날에는 책 한 권에 얼마였는데, 나어릴 땐 짜장면 한 그릇 값이 얼마였는데... 뭐 이러고 있는.
그건 옛이야기, 옛 시세일 뿐인데도 뭘 살 때마다 놀란다. 뭐가 이렇게 비싸...?
어제도 새 학기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준비해 오라는 것들이 많아 사러 나갔더니 금세 지갑이 헐렁헐렁.
세 아이 각각 웬만하면 쓰던 것 아껴 쓰라고 했어도 그랬다.
나는 사실 책도 두고두고 여러 번 읽을 책만 사서 읽고 그 외엔 빌려보는 편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나 같은 사람 참 싫겠지만 나로서는 한번 읽고 다시 읽지 않을 책을 집에 쌓아두는 편이 못된다.
반면 남편은 두고두고 참고해서 볼 책들이 많이 필요한 사람인데다 책을 사 읽는 데에 아끼지 않아서 우리 집엔 책이 퍽 많다.
그런데 그런 나도 아이들을 위해서만큼은 이왕이면 좋은 책들로, 남의 손 타지 않은 걸로 읽히고 싶은 생각을 한다.
감사하게도 매 학기 초등학교 교사로 계시는 이모께서 우리 애들 보라고 자습서를 보내주고 계셔서 그걸로 공부를 해 왔다.
그러다 아이가 학년이 높아지면서 친구들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오더니 어느 날 내게 자기도 문제집을 사 달라고 했다.
두꺼운 자습서를 과목별로 다 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긴 문제집을 친구처럼 풀어보고 싶다나.
그래서 그 후로 우리 집 아이들은 종종 우등생 학습지를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됐다.
일단 책의 구성은 이렇게 본책 + 수학 두 권 + 단원 평가 + 주말 평가 + 정답 및 풀이 + 부록.
매달 정기 발행되는 책인데도 두께가 상당하다. 어쩐지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느낌이...
본책에는 국어, 사회, 과학이 수록되어 있는데 단순히 문제만 나와 있는 게 아니고 이 한 권으로도 자습서 역할을 잘 해 준다.
교과서를 만드는 천재교육에서 발행되었으니 그 점도 좋고.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정답 및 풀이 책도 친절하게 잘 나와 있다.
교과서가 워낙 무거워서 아이들은 일 년 내내 학교에 책을 두고 다니는데 그게 나는 아쉬울 때가 많았다.
교과서가 기본인데 그걸 두고 다니면 복습은 뭘로 하나 싶어서였는데 자습서와 학습서가 이렇게 잘 나와 있으니 여러 면으로 생각하며 공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대신 학교에서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철저히 책을 읽으며 공부해야겠지.
그리고 이번 달 5학년 부록으로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명작 교실이 함께 와서 아이들이 돌려 읽으며 좋아했다.
얇은 책자로 되어 있어서 부담도 없이 존경하는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등생 논술은 늘 느끼지만 내가 골라준 책 위주로 읽기 마련인 우리 집 아이들에게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내가 아무리 책을 열심히 고른다 해도 내 기준에서 책을 보게 하기 마련이라 어느 한편으로 치중하기 쉬운데
우등생 논술을 펼쳐 보면 다양한 읽을거리가 참 풍성하게 담겨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공부를 하느라 문제집을 읽고 푸는 것보다 우등생 과학이나 논술부터 찾아 읽는다.
내가 읽어도 재밌으니 아이들에겐 더 그렇겠지. 재미와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 꾸준히 해 주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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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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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외국에 나가 살게 되면서 한국에 계신 가족분들께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소식만 열심히 전하면 되었다. 외국 생활이었고, 외롭기도 했고, 아이들은 어렸고... 블로그에 올릴 이야기는 참 많았다.

글을 잘 쓰지는 않았지만 편지처럼, 일기처럼 써 나가는 블로그는 어렵지 않게 여겨졌다. 일기나 편지 같은 글이었기 때문에 글을 잘 써야 할 필요도 썩 느끼지 못했다. 부담이 없다보니 블로그에 글 쓰기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웃도 늘어 관계가 돈독해짐을 느낄수록 더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살다 귀국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귀국을 하고보니 어쩐지 세상이 갑자기 좁아진 기분이 - 그러니까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만 같은 기분이... - 들었다. 이웃이 자꾸 늘어가는 것도 기쁨과 동시에 조심스러움을 요구하는 이유가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더 이상 소식을 블로그로 전해야 할 필요를 느낄 수 없게 되면서 내 블로그는 갈 길을 잃었다.

나는 요리 블로거도 아니고, 정보를 나누는 블로거도 아니고, 맛집을 탐방하는 블로거도 아니고... 그렇게 전문성이 없다보니 내 블로그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내 수다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뜻밖에도 갑자기 글을 잘 쓰고 싶어졌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평범하고 흔한 블로그이다보니 끌리는 이야기를 쓰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블로그를 해 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랬더니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이 어려워졌다. 몇년을 해 온 블로그인데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10년째 되는 지금 느닷없이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도대체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 것이란 말인가...!

글쓰기에 대한 책들도 읽어보았었다. 읽을땐 알 듯 했는데 책을 덮고 나면 잡힐 듯 말 듯한 느낌.

내 글쓰기 실력은 늘 제자리에 머무르고 소재가 있어도 이야기를 끌어내고 끌어가는 힘이 모자라고...

일개 블로거일 뿐인데도 끌리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있고, ​그러나 어렵고 그런데... 글을 전문적으로 쓰고 책을 내고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떨까? 글을 잘 쓰니 글을 쓰는데에 있어 어려움은 안 느끼는 걸까?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느끼는가와 무관하게 독자로서 책을 읽다보면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책들이 있다.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대체 주인공은 왜 그렇게 했다는 것인지 등등. 때로는 재미없는 걸 꾹 참고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이야기를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친구에게나 지인에게 "아 ,그 책은 이러이러한 이야기야."라고 간단 요약이 안되는 것이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상 위에는 반드시 이 책이 있다, 작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열두 가지 이야기의 비밀. 책 표지에 쓰인 이야기들이다. 마음이 끌리면서도 사실 반신반의 했다. 그런 걸 알려주는 뾰족한 수가 있단 말이야?

이 책에서는 그 열두 가지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독자를 사로잡는 법, 핵심에 집중하기, 감정 전달하기, 주인공의 목표 만들기, 세계관 뒤틀기, 구체적으로 쓰기, 변화와 갈등 만들기, 인과관계의 중요성, 시험 들기와 상처 입히기, 복선에서 결과까지, 서브플롯의 비밀, 작가의 머릿속 들여다보기. 이렇게 열두 가지인데 이렇게만 보면 "그게 뭐?"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다르다!"

읽어서 이해하고 자신의 글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방황하던 글의 갈피를 잡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아직 어렵더라. 어떤식으로 해야 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배웠는데 그래도 막상 내 글에 바로 적용해서 내 글이 바뀌기까지는 연습기간이 필요할 듯한... 내 블로그 포스트에 적용을 해 보자면 "이야기가 아름다운 글을 이긴다"는 저자의 조언을 잘 새겨듣고 스토리텔링을 잘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책. 원제는 Wired for Sto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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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 - KBS 김재원 아나운서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삶의 민낯
김재원 지음 / 푸르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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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어느 할머님께서 숨 가빠 하시며 "아이고 죽겠네"를 연발하셨다.

그 곁에서 손을 잡아 주시던 친구분 같아 보이는 할머님께서 "죽긴 왜 죽어. 숨만 잘 쉬면 살아." 그러신다.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구나.

신께서 우릴 창조하셨을때도 지으신 후에 (생기)숨을 불어 넣으셨고, 데려 가실 때도 숨을 거두어 가시는거지 참...

라다크. 내겐 참 생소한 지역이름이었다. 대체 어딘데 내가 좋아하는 김재원 아나운서가 다녀와서 책을 냈을까.

하지만 라다크에 대한 궁금증은 사실 별로 없었다. 오직 김재원 아나운서가 글을 썼다는 사실 만으로 집어 들고 읽어나갔다.

읽는 내내 읽고, 덮고, 생각하고, 다시 펼쳐들고 읽고, 다시 덮고,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기곤 했다.

쉽게 썼는데 글은 깊고 따뜻했다. 그가 쓴 말처럼 한 사람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 틀림없다.

그의 말처럼 글에는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고 덕분에 저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라다크는 인도 히말라야에 있는 고지대라고 한다. 라다크라는 뜻도 '높은 고개들의 땅'을 뜻한다고 한다.

해발 3500미터에서 출발하여 해발고도 5000미터 이상되는 지역에서 산악 자전거 트랙킹을 하고 돌아왔다.

2014년,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년지기 김홍성 아나운서와 함께 다녀온 것이란다.

일처럼, 여행처럼.... 하늘 가까이 있는 라다크에.

대학 때 제주도에 갔다가 한라산을 오른 적 있다. 무척 완만한 코스여서 힘들 것은 전혀 없었는데 다만 몹시 긴 코스였다.

'별 것 아니네, 뒷산 오르는 것보다 쉽잖아' 하며 한라산을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씩씩하게 걸었는데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얼마나 남았나요?" 오르는 동안 마주친 하산길에 있는 등산객들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다들 한결같은 ​대답을 해 주었다. "조금만 더 가시면 되요. 30분 남았어요. 힘내요!"

순진하게도 정말 30분이면 갈 거라고 여기고 산을 올랐다. 하지만 오르고 또 올라도, 30분씩 세번, 네번씩 보내도 여전히 정상이 아니었다. 나중엔 온 만큼의 시간과 공이 아까워 뒤돌아서지 못하고 올랐다.

내가 왜 산을 오르고 있는거지? 산을 끝까지 올라야만 한라산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 내려갈까?

과정이 중요하지 결과가 중요하랴...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함께 독려하며 올랐던 친구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하지만 이내 말은 사라져갔고 나중엔 내가 왜 걷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어졌다. ​

그렇게 산을 끝까지 올랐고 다시 길고 긴 하산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내려오는 동안 많은 생각들을 했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중엔 그냥 "나" 자신만 남았다. 걷는 일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무아지경에 빠진 그냥 현재의 나 자체에만.

여행이 주는 느낌과 경험과 깨달음 배움 같은 건 그런 것들 같다. 다르게 나를 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짧은 동안이나마 그들과 삶을 ​나누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만, 현재의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 되돌아 왔을 때는 여행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나로 살아가게 되고. 그게 "일"로써 가는 여행이더라도.

히말라야 라다크 산악지대를 자전거 트랙킹을 한다는 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일까.

2000미터도 안되는 한라산을 걸어서 오르고 내리는 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일텐데.

그들이 다녀온 곳은 가만가만 다녀도 숨 가쁜 고산지대인데 그런 곳을 자전거 트랙킹이라니...

국경분쟁지역이라 가져간 위성전화도 안되고 무전기도 못 쓰는 그런 형편에 불편함만 가득했으련만 그들은 그곳에서 '몸이 불편한 마음의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만큼 자신만을 돌아보는 성찰보다는 있을지도 모를 갈등에 양보할 마음을 기꺼이 갖는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생각하고 배우며 또한 바쁜 일상 속에서 혹은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서 담아 두었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저자는 여행속 이야기들을 참으로 소상히 기록해 놓았고 그래서 그 방송을 본 적 없고 그곳에 함께 가지도 않은 나조차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온 듯이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아픈 기억들도 드러내 보여준다. 내 놓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뜻일거다.

어떤 아픈 기억은 전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지만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온다. 여전히 이해는 안되고 사실이 아니길 원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도 사람들은 얼마나 외롭고 아픈 시간들을 홀로 견디곤 하는지...

저자도 똑같이 느꼈나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영역 밖에 있는 태풍과 비바람은 그저 맞고 흘려보낼 수 밖에 없다. 내 인생에 태양이 비추지 않아도 삶은 살아져야 한다."​

1부터 100까지.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0. 이 책은 그렇게 나뉘어 글이 쓰여 있다. 매겨진 숫자마다 다른 장면, 다른 이야기들이 이어지듯 하는가 하면 새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재미있고 뭉클하고 맑다.

자전거도 못타고 불편한 행복 같은 것에 관대하지도 않고 라다크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대체 이미 방송까지 된 보름간의 라다크 다녀온 이야기가 무에 특별할 것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었고 ​그 경험을 나누어 진 나는 또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숨 쉬는 순간순간 현재의 나에 최선을 다하며 일처럼 여행처럼 매일을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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