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을 위한 행복한 청소부 - 2015 초등 국어 교과서 수록, 한영합본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수잔나 오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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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을 보면 저런 환경, 저런 조건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싶은 경우가 꽤 있었다.

행복은 그렇게 환경이나 조건이 좋아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조건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스스로가 만들고 느끼는 삶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 행복한 사람들의 훌륭함, 존귀함이 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많이 가졌다고 움켜쥐었다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행복하다는 사람보다는 보잘것 없지만 그 가운데서 나누고 기쁨을 느끼고 보람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아는데도 나는 왜 많이 갖고 싶고, 더 갖고 싶고, 더 뭔가를 이루려 드는걸까...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순간은 나 역시도 그런 것들을 성취하거나 올라선 어느 때가 아니었는데.

어쨌거나 "행복한"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조금은 긴장이 된다. 정말정말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동안엔 나랑 같거나 나보다 어려워 보이는 일상과 사건들이 그들에게도 있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며 때론 마음이 쿵 떨어지게 놀랄만큼의 일들도 있곤 했으므로.

그런데 이 책, 행복한 청소부에는 가슴 떨리게 긴장될만한 아픈 이야기나 불쌍한 시절 같은 건 없다. 그냥 자신의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즐거워 하고, 철저히 잘 하는 프로페셔널한 청소부 아저씨가 나올 뿐이다.

자신이 맡은 구역의 거리와 표지판 닦는 일을 어찌나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지 늘 표지판들이 새것처럼 반짝 거릴 정도.

청소라는 것이 원래 더러움을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이지만 또 청소해 놓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더럽혀 지기 마련이라 청소를 하는 사람은 고달프고 정작 자신은 더러움을 뒤집어 쓰게 된다. 되풀이되는 고단하고 먼지나는 일이라 청소하는 와중에 가까이 가려는 사람도 없고 스스로도 도로 더러워질 것을 왜 닦고 있나,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딱 쉽다.

그러나 이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고 잘 했고 열심히 했다. 그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였다.

다시 더러워져도 다시 반짝이게 닦아 놓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는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이 맡은 구역의 거리이름인 작가와 음악가들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마치면 음악회에 가서 그들의 음악을 들었고, 공부했고, 작가의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는 청소를 하며 (표지판을 닦으며) 혼자 가곡을 부르기도 하고 자신이 알게 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가곡을 부르는 청소부 아저씨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아저씨가 사람들이 듣는줄도 모르고 하는 강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며 점점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나중엔 방송 출연 제의를 받기도 하고 교수청빙까지 받게 되는.

그러나 어쩌면 더 유명해지고 더 편안해지고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그 일을 거절한다.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는 "표지판 청소부로 머물렀다."로 끝난다.

세속에 물든 나는 살짝 허무했다. 교수님이 되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며 거기서도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행복을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하지만 이내 교수가 청소부보다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렇게 드러난 어떤 자리, 조건,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역시 행복이란 내가 무엇을 얼만큼 갖고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고 내가 처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며 보람을 찾아 잘 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다.

이 이야기는 초등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며 이 책은 한영합본으로 되어 있어서 뒷부분은 영어로 나와 있다.

읽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단어정리가 따로 되어 있으며 이 책에서 언급된 작가와 음악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도 되어 있는데 그들에 대한 호기심도 같이 불러 일으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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