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히는 공감 실전화술 - 인간심리를 기초로 한 이기는 말연습
하코다 타다아키 지음, 안양동 옮김 / 리텍콘텐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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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길을 걷다보면 전단지를 나눠 주거나 거리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친다. 도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하고 물어오는 사람도 참 많이 만나고. 전도하는 사람들도 만찬가지이고.

그런데 유심히 보니 같이 여럿이 걸어가도 유독 나에게만 전단지를 주거나 붙들고 말을 걸거나 하는 일이 많더라는 사실.

하다못해 초행길을 걸어가고 있어도 길에서 사람을 만났다 치면 그들은 꼭 내게 길을 묻곤 한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길에서 하필 길 눈 어두운 내게 길을 묻다니.

암튼 그런 이유로 나는 나 자신이 어떤 모습이길래 늘 나인가? 하고 심각하게 거울앞에 서서 비춰보기도 하고 그러다 나중엔 대놓고 물어본 적도 있다. 왜 이 많은 사람 중에 저였나요? 혹시 제가 순순히 말을 잘 듣거나 물건을 잘 살 것 처럼 생겼나요? 하고. 그랬더니 내가 좀 만만해보여서 그랬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그랬던 거였군. ㅡ.ㅡ;

그러나 그들이 만만하게 보는 외모와는 반대로 나는 내가 필요해서 작정하고 물건을 구매하려들지 않는 이상 설득에 끌려 뭘 사 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공감을 잘 얻는 화술을 갖는다는 것은 큰 달란트가 아닐 수 없다. 세일즈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럴테고 사람은 누구나 교류하고 소통하며 살기 마련이므로 공감할 수 있게 말할 줄 안다면 도움이 될 일이 많을 것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에도 어떤 공감이나 소통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보와 진실된 마음을 다 담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고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화술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책을 통해 글을 쓸 때에도 공감을 얻을만한 이야기를 잘 써 내는 방법을 안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잘 먹히는 공감실전화술이며 인간심리를 기초로 한 이기는 말 연습이라고 나와 있다. 많이 궁금했다. 공감을 얻어내는 이기는 말을 하는 법이 궁금했다기 보다는 인간심리가 어떻길래? 하는 대목이 실은 더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는 제목에 충실하게 사람은 이러이러하므로 이렇게 대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장이나 길어봤자 두어 장에 걸쳐 짤막하게 이유와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정말이지 쏙쏙 들어온다. 굉장히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노트를 보는 기분이 든달까. 그리고 맨 뒤에는 이제까지 설명했던 것들을 토대로 다시한 번 연습(?)해 볼 수 있는 실전 응용 워크북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서 바쁘면 그 대목만 읽고 그대로 따라 해 봐도 되겠다 싶을 정도인데 그래도 잘 이해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역시 공감실전화술의 바탕엔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먼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위에 적절하고 진심을 담은 조리있고 지혜로운 화술이 있었을 때에 공감을 잘 얻어낼 수 있는 거겠지.

특히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점 정리와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으로 나 같아도 이런 식으로 말을 해 오면 단칼에 거절이나 부정적인 대답을 하긴 어렵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 심리에 대해서도 수긍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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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엄마로 산다는 것 - 하버드대 엄마 서진규와 하버드대 딸 이야기
서진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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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끝까지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저자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어떡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싶었던 때문이다. 이 책에는 본인의 이야기보다는 딸을 어떻게 키웠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딸을 어떻게 키웠는가를 읽다보니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었다.

저자 서진규박사도 참 대단하고 딸 성아씨도 대단하단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얼마 전 사촌 동생과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그 사촌 동생에게는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어린 아이를 언제나 자기 삶 속에서 함께 하는 동반자처럼 여긴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내가 엄마니까 우리 아들에게 이러이러한 걸 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오늘은 우리 아들과 이러이러한 걸 먹어야지.", "오늘은 우리 아이와 어디어디에 같이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야지." 하는 식인 것이다. 나는 아니었다. "오늘은 뭘 먹이지?". "오늘은 또 뭘 하고 놀아주지?" 였다. 뭔가를 내가 베풀어주는 기분으로 대했다는 생각이 느껴졌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행동을 했을망정, 마인드는 미묘하지만 확연히 다른 거였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꽤 많이 통제했고, 울타리를 너무 많이 쳐 놓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서진규박사는 어떻게 이렇게 강한 엄마일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참 강해보였다. 본인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유독 혹독하게 키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를 자꾸만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딸 성아씨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렇게 키운다고 다들 그렇게 자라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나는 엉뚱하게도 책에 이따금 등장하는 성아씨의 동생인 저자의 아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게 궁금해졌다. 같은 엄마가 낳아 키웠는데 동생의 이야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탓에. 어쨌거나 나는 그런 엄마이지도 못하고 만약 그런 엄마를 만났더라도 그런 딸이지 못했을것만 같다. 나는 제법 강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는 여겨왔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에 비하면 나는 달걀 껍질처럼 깨어지기 쉽고 약한 사람이기만 하더라는...

마흔 셋. 저자가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 했다는 나이다. 지금의 내 나이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어린 세 자녀를 키우며 내가 더 이상 나를 두고 꿈을 꾼다거나 무언가 더 노력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실에 딱 만족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열의도 없었고 솔직히는 많이 안일하게 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과연 모범적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원하지 않으나 내가 해결해야 하고 도전해야 하는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중이었다. 상당히 게으르고 변화를 무척 두려워 하는 모험심 제로인 나는 새롭게 닥쳐오는 여러가지 일들이 죄다 스트레스로만 다가왔다.

어떡하면 그걸 피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그런 내 모습은 너무 겉으로도 역력히 드러나서 아이들도 다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든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보라든가 식으로 말해놓고 나는 어떻게 그 상황을 모면해볼까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한심한지.

그러다 읽은 책이 이 책이다. 읽는 내내 "하아..." 하고 한숨을 많이도 내쉬었다. 그들이 이미 겪은 일이고 지나온 삶인데 그리고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못해, 못해, 나는 그렇게 못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지금 나는 조금 바뀌었다. 적어도 내 앞에 닥친 일들을 두고 더 이상 스트레스는 안 느끼게 된 것이다.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열심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글쎄.

꿈꾸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도와주는 것이자 그 꿈을 함께 꾸어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꿈을 위해 엄마가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게 아니고 엄마도 꿈을 꾸는 사람이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더라는 것.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꿈을 함께 꾸고 함께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줄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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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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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은지원이 나무(?)를 붙들고 "내 소원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하는 장면을 스치며 보았다.

무슨 프로그램의 어떤 장면인지, 그리고 딱 저렇게 말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은지원 인걸 보며 나는, '저 사람은 돈 많지 않을까? 은지원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네~' 하고 잠시 생각했었다.

나도 요즘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열심히 일하고 벌 생각보다 어디선가 돈이 떨어지길 바랐던 건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벌어 모아도 돈이 생기는 곳보다 돈 들어갈 곳이 더 많다 보니 그런 막연한 공상을 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복권 한 장 직접 사 본 적이 없으니 하늘에서 돈 떨어질 일은 사실 아예 없다.

하지만 거액의 로또 1등 당첨금액 같은 게 뉴스에서 들리면 내 돈도 아니건만 상상해 보곤 한다. 내게도 로또의 당첨으로 그런 거액이 생긴다면 나는 그 돈으로 뭘 할까? 하고 말이다. 한 번은 남편에게도 물어본 적 있다. 만약 저런 금액이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뭘 할 거냐고.

남편은 십일조를 할 거고, 감사헌금도 하고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좀 준 후 나머지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고 싶다고 했다. 그 돈이 정말로 우리에게 생긴 것도 아닌데 내 마음속에선 반발이 일었다. 돌보고 키워야 할 아이가 셋인데 그렇게 나하고 의논도 없이 그렇게 싹 나눠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잖아.. 하는 섭섭함이 순간 지나가더라는... 그러나 다행히 얼른 정신을 차렸다. 로또를 산 적도 없으면서 '당첨된다면...' 하는 상상을 하다 그 돈의 사용처를 놓고 서운해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내가 아무리 아닌 척해도 내 안의 속물적 근성과 위선적 모습을 순식간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 돈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바람을 가져봤음 직도 한 그런 제목.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 책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당황. 놀람. 떨림. 긴장. 박진감. 묘한 슬픔. 감동과 재미가 한꺼번에 느껴지는 정말이지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볼 때보다 더한 박진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남들은 이런 책을 어떻게 볼까? 하는 게 궁금할 정도로 나로서는 엄청 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읽어야 했던 책이다. 우리 애들에겐 아주아주 많이 자란 후에나 읽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되게 평범한데다 평소 절대 모험을 추구하지 않는 나의 성향으로는 읽는 게 재밌으면서도 힘이 들었다. 두근두근 긴장하며 읽어나간 것.

이 소설의 무대는 영국이고 이 책에는 엄마를 잃은 초등학생 형제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형 안소니는 어린 나이임에도 재테크를 추종하는 아이고, 동생 데미안은 성인들을 줄줄 꿰는 특이한 아이이다. 그 특이함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 암튼 어느 날 그들 형제에게 하늘에서 고액이 가득 든 돈 가방이 떨어진다. 사실 그 돈은 유로화 체제로 바뀌게 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를 거둬들여 폐기하려던 돈인데 그걸 도둑이 훔쳐 달아나다 그게 이 형제 중 동생인 데미안에게도 우연히 들어온 것인데 형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유로화로 바뀌기 전에 그 거액의 돈을(우리 돈으로 4억 쯤) 17일 동안 다 쓰려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파운드화의 유로화로의 전환은 사실 소설 속 극적 장치일 뿐 실제로 영국에서는 지금도 파운드화를 쓰고 있다. 어쨌거나 소설 속에서는 17일 후면 휴지가 되어버릴 파운드화를 다 쓰기 위한 형제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돈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무엇을 해도 자꾸만 꼬여가는...

하늘이 준 기회로 재테크를 하려는 형과 성인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자기도 천국에 다가가고자 하는 데미안의 마음,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던 돈이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상황과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 등 정말 상상 이상의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벌어진다.

그러나 소설의 형식과 내용은 일확천금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돈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 훈훈한 기적이 벌어지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결말까지 다 읽고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마음 놓고 현실로 안전히 되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그리고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이라는 질문에 이전과는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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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위대한 클래식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차은화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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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6남매 중 맏이셨는데 어렵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꽤 책임감을 크게 느끼며 사셨던 것 같다.

큰 딸이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뭐든 새 것으로 구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받은 용돈은 고스란히 모아 두었다가 부모님께 돌려 드리고 엄마 스스로 벌어서 쓰시는가 하면 책 한 권도 사 보질 않고 빌려다 보셨단다.

그러다 다 자라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시던 엄마께서, 서울에서 대학 다니느라 자취하고 있던 외삼촌과 이모들 자취방에 가보니 방 전체가 책으로 뒤덮혀 있더라나. 동생들 생각해서 새 책 한 번 사 읽은 적 없던 엄마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셨던 듯. 아낌없이 마음껏 책을 사서 쌓아놓고 보는 동생들이 철 없게 보이기도 하셨던 것 같고... 그러면서도 엄마는 나중에 은퇴하셨을 때 받은 퇴직금의 일부를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셨었다. 나는 못 그럴 듯..

암튼 그렇게 절약이 몸에 밴 엄마께선 지금껏 그런식으로 사신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불 꺼진 다용도실에서 손빨래 하고 계신 엄마를 보곤 했다. 부엌에는 밥이 되고 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불을 켜지도 않은 채로 세탁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탁기란 이불 같은 거 빨 때만 쓰는 물건인 줄 알았다. 엄마랑 사는 동안 세탁기 돌아가는 걸 몇번이나 봤던가) 대부분의 세탁물들은 다 손으로 직접 빨아 입히고 쓰셨더랬다. 엄만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었음에도 이른 아침 일어나 신문 읽고 밥 짓고 우리들 도시락 싸고 청소하고 빨래까지 해서 널어놓으신 후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셨던 것. 나로서는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아봐도 엄마의 백만분의 일도 흉내내기 어렵다.

다만 그렇게 아끼며 사시다보니 우리에게도 저절로 그런 습관이 대물려지긴 했다. 종이 한 장, 휴지 한 장도 허투루 쓰는 걸 죄악시 하는 엄마 덕분에 아주 캄캄해지기 전엔 불도 켜 본 일이 없고, 쓰는 물도 수없이 재활용해가며 쓰고, 휴지 한 장도 잘라가며 써야 했던 것이다.

책 역시 쉽게 사 보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서점에 데리고 가셔서 직접 고르게 하셨고 그렇게 한 권을 사면 마르고 닳도록 읽게 하셨다.

전집으로 들여놓고 골라 읽는 재미 같은 건 없었다는 것.

그런데 어느 날,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보니 곁에 아빠가 계셨다. 책장을 새로 놓고 그 책장에 100권의 새 책들을 순서대로 꼽고 계셨던 것이다. 당연히 흥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벌떡 일어나 웬 책인가 여쭤보니 그냥 웃기만 하셨다. 잘 읽어봐라 하시며.

알고보니 아는 분이 책 외판원을 하시게 되면서 아빠께서 그분께 그 책들을 사 주셨던 거였다.

어쨌거나 한권을 사서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읽고나서야 다른 책을 사 볼 수 있었던 내게 책 100권이 한꺼번에 생겼으니 부자가 된 기분.

그 100권은 좋은 책을 한 권씩 사서 읽어가며 책장을 채우는 게 더 낫다는 엄마의 예상을 깨고 내 어린 시절의 삶을 대단히 윤택하게 해 주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100권 안에 보물섬도 있었다.

보물섬은 워낙 유명하여 사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버전으로도 여러번 읽은 기억이 있다. "꿈과 모험이 가득한"이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 보물섬 아닐까 싶다. 피터팬, 보물섬... 이런 책들이 내겐 그런 느낌을 주는데 영국 작가들이 쓴 책이 주로 그렇더라.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면서 환타지한 요소가 가득하고 뭐 그런. 영화면 영화, 소설이면 소설이 다 아, 내가 영화를 봤다, 소설을 읽었다. 하는 느낌을 강하게 주더랄까. 가깝게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도 그렇고 잭과 콩나무,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올리버 트위스트, 로빈 후드, 원탁의 기사 같은 것들.

아이들이 어릴 땐 유쾌하고 즐겁고 명랑하며 교훈적인 이야기들 혹은 학습과 연계된 책들 보여주느라 바빴는데 나는 아이들 나이 때 뭘 읽었더라? 하고 기억을 되돌리다가 저 책들 생각이 났다. 그리고 정말 흠뻑 빠져들어 읽곤 했던 그 이야기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읽게 해 주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용하우스에서 보물섬이 나왔다. 80일간의 세계일주와 더불어 이 책 두 권은 출간이 되었고 발간 예정인 책들로는 아이반호, 삼총사, 로비슨 크루소, 지구 속 여행 등이 있다고 한다.

제목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무척 유명한 고전들이라 그림책으로부터 두꺼운 책으로까지 다양하게 다들 읽었음직한 이야기들.

크레용하우스에서 나온 보물섬은 하드커버로 되어 있고 책 갈피 할 수 있는 가름끈도 달려 있어서 책 읽다 덮혀도 문제없다.

사이사이 삽화들이 컬러로 삽입되어 있고 256페이지로 되어 있어 중,고학년의 초등생이 읽기에 딱 적합하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갑자기 해적놀이가 하고 싶어지고 난데없이 보물지도를 그려 종이를 일부러 구긴 후 오래된 종이처럼 보이게 만드는가 하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보물을 찾아나서는 상상을 하게 되고 금은보화가 가득한 눈부신 보물상자란 과연 뭘까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을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꺼진 불 다시 보듯 사람도 다시 보게 되더라나 뭐라나.. 이 책에서는 표지에 실버를 꽤 음흉한 모습으로 묘사해 놓았는데 정작 나는 책을 읽다 실버에게 정이 들었는지 괜한 연민을 느끼게 되더란. 앵무새가 예전처럼 신기하게만 보이지는 않게 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앵무새 한 마리 키우고 싶어지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리고 어딘가에 꼭 보물섬과 보물상자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이면서 동시에 다 허황되다는 생각, 함부로 그런 걸 탐내면 안된다는 그런 마음까지 갖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키워주기에 알맞은 책.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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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추는 거울 - 지혜.자비.용기.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
팀 말닉 지음, 캐티 그린 그림 / 담앤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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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지?" 백설공주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그러면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진실만을 대답한다는 그 거울은 꼭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왕비님도 아름답지만 숲속에 사는 백설공주님이 가장 아름다워요."
나는 그 대목이 참 원망스러웠다. 백설공주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숲 속에 (일곱 난장이와) 사는" 이라며 중요한 정보까지 모두 발설하는 그 거울이 말이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우리집에 있는 거울도 자신에게 비추는 모습 그대로를 반사하여 보여준다. 늘 내 모습을 예쁘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거울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어쨌거나 거울은 내 모습을 고스란히 반사해 보여준다.
다만 오른쪽과 왼쪽이 반대로 바뀐채로. 거울 속의 나는 거울을 보는 나랑 마주보고 있는 셈이니까.
이 책의 제목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제목 때문에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거울은 내 모습을 비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건데 이 책은 마음을 비추어 주는 이야기들인가? 하고 말이다. 제목을 놓고 너무 많이 생각했더니 오히려 어려워지기만 했던.
그러다보니 무슨 애들 읽는 동화책이 이렇게 어려워~? 싶어졌다. 나만 어렵게 느낀 건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다행히 그 안의 이야기들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왜 이 이야기들이 마음을 비추어주는 거울인지에 대해서는 난 아직도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 이야기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서이거나, 나의 마음과 마주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서이거나...?
어쨌거나 이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동화다. 마음을 건드려주는 대목들이 있는데 내용은 퍽 잔잔하면서도 의외의 전개에 집중하며 읽어보게 된다.

 

 

 

 

 책의 표지에는 지혜, 자비, 용기, 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라고 쓰여있고 이 한권의 책에는 모두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비심을 길러주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 상상력을 키워 주는 이야기 (거장 화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지혜를 담은 이야기 (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 이렇게 다섯 이야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이 제일 좋았다. 내게 없는 덕목이라 더 마음이 갖는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 상상력, 지혜, 용기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내 마음에 넘쳐 나느냐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림이다. 교육과 심리 분야에서 20년간 활동한 저자가 썼다는데 정작 나는 그림에 더 마음이 움직인...
 

 

 

그리고 책 뒷편엔 이렇게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는 공간이 있다. 독후 활동을 그렇게 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이었지만 편지는 거장 화가에게 쓰고 싶다. 읽다 마음이 너무 아팠던 탓에...
원제는 The Crystal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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