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엄마로 산다는 것 - 하버드대 엄마 서진규와 하버드대 딸 이야기
서진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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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끝까지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저자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어떡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싶었던 때문이다. 이 책에는 본인의 이야기보다는 딸을 어떻게 키웠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딸을 어떻게 키웠는가를 읽다보니 자신이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었다.

저자 서진규박사도 참 대단하고 딸 성아씨도 대단하단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얼마 전 사촌 동생과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느꼈던 것이 하나 있다. 그 사촌 동생에게는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어린 아이를 언제나 자기 삶 속에서 함께 하는 동반자처럼 여긴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내가 엄마니까 우리 아들에게 이러이러한 걸 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오늘은 우리 아들과 이러이러한 걸 먹어야지.", "오늘은 우리 아이와 어디어디에 같이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와야지." 하는 식인 것이다. 나는 아니었다. "오늘은 뭘 먹이지?". "오늘은 또 뭘 하고 놀아주지?" 였다. 뭔가를 내가 베풀어주는 기분으로 대했다는 생각이 느껴졌었다. 결과적으로 같은 행동을 했을망정, 마인드는 미묘하지만 확연히 다른 거였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꽤 많이 통제했고, 울타리를 너무 많이 쳐 놓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일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서진규박사는 어떻게 이렇게 강한 엄마일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참 강해보였다. 본인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유독 혹독하게 키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나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를 자꾸만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딸 성아씨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렇게 키운다고 다들 그렇게 자라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나는 엉뚱하게도 책에 이따금 등장하는 성아씨의 동생인 저자의 아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게 궁금해졌다. 같은 엄마가 낳아 키웠는데 동생의 이야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탓에. 어쨌거나 나는 그런 엄마이지도 못하고 만약 그런 엄마를 만났더라도 그런 딸이지 못했을것만 같다. 나는 제법 강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는 여겨왔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에 비하면 나는 달걀 껍질처럼 깨어지기 쉽고 약한 사람이기만 하더라는...

마흔 셋. 저자가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 했다는 나이다. 지금의 내 나이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어린 세 자녀를 키우며 내가 더 이상 나를 두고 꿈을 꾼다거나 무언가 더 노력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실에 딱 만족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현실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열의도 없었고 솔직히는 많이 안일하게 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과연 모범적으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원하지 않으나 내가 해결해야 하고 도전해야 하는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중이었다. 상당히 게으르고 변화를 무척 두려워 하는 모험심 제로인 나는 새롭게 닥쳐오는 여러가지 일들이 죄다 스트레스로만 다가왔다.

어떡하면 그걸 피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그런 내 모습은 너무 겉으로도 역력히 드러나서 아이들도 다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든가, 새로운 도전을 해 보라든가 식으로 말해놓고 나는 어떻게 그 상황을 모면해볼까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한심한지.

그러다 읽은 책이 이 책이다. 읽는 내내 "하아..." 하고 한숨을 많이도 내쉬었다. 그들이 이미 겪은 일이고 지나온 삶인데 그리고 나더러 그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못해, 못해, 나는 그렇게 못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지금 나는 조금 바뀌었다. 적어도 내 앞에 닥친 일들을 두고 더 이상 스트레스는 안 느끼게 된 것이다.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열심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글쎄.

꿈꾸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도와주는 것이자 그 꿈을 함께 꾸어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꿈을 위해 엄마가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게 아니고 엄마도 꿈을 꾸는 사람이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더라는 것.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꿈을 함께 꾸고 함께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줄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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