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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평점 :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은지원이 나무(?)를 붙들고 "내 소원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하는 장면을 스치며 보았다.
무슨 프로그램의 어떤 장면인지, 그리고 딱 저렇게 말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은지원 인걸 보며 나는, '저 사람은 돈 많지 않을까? 은지원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네~' 하고 잠시 생각했었다.
나도 요즘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열심히 일하고 벌 생각보다 어디선가 돈이 떨어지길 바랐던 건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벌어 모아도 돈이 생기는 곳보다 돈 들어갈 곳이 더 많다 보니 그런 막연한 공상을 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복권 한 장 직접 사 본 적이 없으니 하늘에서 돈 떨어질 일은 사실 아예 없다.
하지만 거액의 로또 1등 당첨금액 같은 게 뉴스에서 들리면 내 돈도 아니건만 상상해 보곤 한다. 내게도 로또의 당첨으로 그런 거액이 생긴다면 나는 그 돈으로 뭘 할까? 하고 말이다. 한 번은 남편에게도 물어본 적 있다. 만약 저런 금액이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뭘 할 거냐고.
남편은 십일조를 할 거고, 감사헌금도 하고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좀 준 후 나머지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고 싶다고 했다. 그 돈이 정말로 우리에게 생긴 것도 아닌데 내 마음속에선 반발이 일었다. 돌보고 키워야 할 아이가 셋인데 그렇게 나하고 의논도 없이 그렇게 싹 나눠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잖아.. 하는 섭섭함이 순간 지나가더라는... 그러나 다행히 얼른 정신을 차렸다. 로또를 산 적도 없으면서 '당첨된다면...' 하는 상상을 하다 그 돈의 사용처를 놓고 서운해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내가 아무리 아닌 척해도 내 안의 속물적 근성과 위선적 모습을 순식간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도 하는 것이 돈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런 바람을 가져봤음 직도 한 그런 제목.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 책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당황. 놀람. 떨림. 긴장. 박진감. 묘한 슬픔. 감동과 재미가 한꺼번에 느껴지는 정말이지 무슨 블록버스터 영화 볼 때보다 더한 박진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남들은 이런 책을 어떻게 볼까? 하는 게 궁금할 정도로 나로서는 엄청 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읽어야 했던 책이다. 우리 애들에겐 아주아주 많이 자란 후에나 읽어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되게 평범한데다 평소 절대 모험을 추구하지 않는 나의 성향으로는 읽는 게 재밌으면서도 힘이 들었다. 두근두근 긴장하며 읽어나간 것.
이 소설의 무대는 영국이고 이 책에는 엄마를 잃은 초등학생 형제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형 안소니는 어린 나이임에도 재테크를 추종하는 아이고, 동생 데미안은 성인들을 줄줄 꿰는 특이한 아이이다. 그 특이함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 암튼 어느 날 그들 형제에게 하늘에서 고액이 가득 든 돈 가방이 떨어진다. 사실 그 돈은 유로화 체제로 바뀌게 되면서 영국의 파운드화를 거둬들여 폐기하려던 돈인데 그걸 도둑이 훔쳐 달아나다 그게 이 형제 중 동생인 데미안에게도 우연히 들어온 것인데 형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유로화로 바뀌기 전에 그 거액의 돈을(우리 돈으로 4억 쯤) 17일 동안 다 쓰려는 와중에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파운드화의 유로화로의 전환은 사실 소설 속 극적 장치일 뿐 실제로 영국에서는 지금도 파운드화를 쓰고 있다. 어쨌거나 소설 속에서는 17일 후면 휴지가 되어버릴 파운드화를 다 쓰기 위한 형제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들은 돈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무엇을 해도 자꾸만 꼬여가는...
하늘이 준 기회로 재테크를 하려는 형과 성인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자기도 천국에 다가가고자 하는 데미안의 마음,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줄 알았던 돈이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었음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상황과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 등 정말 상상 이상의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벌어진다.
그러나 소설의 형식과 내용은 일확천금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돈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 훈훈한 기적이 벌어지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결말까지 다 읽고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마음 놓고 현실로 안전히 되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그리고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이라는 질문에 이전과는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