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19살 단돈 50유로로 떠난 4년 6개월간의 여행이 알려준 것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 오후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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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내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내 두 발로 밟는 땅을 다 합하면 얼마나 될까 하는 것.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평생동안을 통틀어 오직 내 발로 걸어서 가본 거리는 얼마큼일까 하는 것이 어느 날 문득 궁금했다. 근데 어림잡아 대충 생각해봐도 막상 내 발로 밟아본 땅, 그 거리가 얼마 안될 것 같았다. 비행기, 배, 기차, 버스.. 등등으로 이동한 걸 제외했더니 말이다. 그때 했던 생각이 나 라는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고작 그 정도 다녀보고 고작 그 정도 읽고(평생 읽는 책이 몇권이나 될까에 대해서도 생각했었다. 일주일에 두 권씩 일년에 대략 100권씩 읽어도 100년을 산다한들 난 만권도 못 읽고 죽는 거였다. 한 해 출판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 정도의 사람과(평생 만난 사람중 이름 생일 등을 알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를 생각해 봄) 관계를 맺다 생을 마치는 존재이면서 내가 내 주제를 너무 몰랐던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음 내가 진짜 쓸데없는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편이긴 하다)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할 때엔 이런 생각도 했다.

미국에서는 6년 정도 밖에 살지 않았지만 난 사는 내내 넘 힘이 들었고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귀국하기만을 바랐었다. 그땐 미래가 불투명해서 미국에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미국생활이 너무나 암울하게 여겨졌었다. 난 거기 사는 내내 돌아오기만을 고대했다. 그러다 정말 돌아올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그곳에서의 삶이 굉장히 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아까웠고 떠나기도 전부터 그리웠다. 그래서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가서는 현지인처럼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돌아와 얼마쯤 지나고나니 일상은 다시 그냥 흔하고 평범해서 그다지 아쉽거나 아깝거나 귀하거나 그립게 여겨지지 않기 시작했다.

6년을 떠날 날만 기다리다 떠나기 직전에야 보이는 모든 순간과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던 경험을 교훈삼아 지금의 내 일상을 그렇게 소중하게,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건만.



난 늘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그럴 기회가 생기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미리 포기하곤 했다. 그 벽은 전부 내가 만든 것이었는데 어쨌든 난 늘 떠나지 못했고 대신 내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 게 가장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저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신 모험을 떠난, 나보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게 용감하게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곤 했다.



이 책은 19의 나이에 단돈 50유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 독일청년이 쓴 글이다. 그는 4년6개월을 다녔는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 이 그의 유일한 계획이었고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제대로 된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해먹을 걸고 자고 길에서 빵 먹는게 일상이었더란),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하에 여행을 했다. 필요한 돈은 벌어서 충당하고 굉장히 아끼며 다닌듯 했다. 난 다른건 몰라도 잠자리, 먹을거리가 부실한 여행은 내키지 않는데 말이지. 그리고 나는 그렇게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면 가급적 안전하고 조금이라도 언어소통이 되며 가능한 한 아름답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런 나라들만 다녔을 게 뻔한데 그는 프랑스에서도 일주일만 머물렀을 뿐 아니라 한페이지 정도에만 간략히 프랑스에 들렸다고 써서 당황스러웠다. 그럼 이 사람은 어딜 다녔다는거지? 하고.



2013년 유럽을 시작으로 유럽, 대서양, 카리브해제도, 2014년 3월부터는 남아메리카, 2015년 4월부터는 남태평양의 섬들을, 그리고 2015년 11월부터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중동을 지나 가족에게로 돌아갔다고 한다.

4년 6개월의 시간을 책 한 권에 담으려니 어디어디를 다녔고 거기서 겪은 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썼으련만 처음부분을 읽을땐 그저그랬다. 특별히 재밌지도 않고, 되게 긍정적으로 썼지만 나라면 저렇게는 못살았겠다 싶게 지낸 시간들이라 읽는 동안 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점점 읽어가다보니 저자의 밝고 선한 에너지에 매료되어 갔고. 결국 나는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구경하고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까지 적었다. 독일어를 모르니 한국어로 당당하게. 내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댓글로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한국말로 한 인삿말을 영상으로 녹화하여 그의 계정에 올려두었기 때문이었다. 구글 번역기라도 돌려 내 댓글을 읽었겠거니.. 그는 그렇게 다니는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익혀가며 직접 일하고 벌어서 여행을 했다. 출발할때 고작 19살이었는데.

난 그의 두배도 훨씬 넘는 세월을 사는동안 고생을 사서 하거나 홀로 훌쩍 낯선 세상으로 발을 디뎌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새롭고 낯선 것으로의 도전과 모험 같은건 아예 시도해본적도 상상해본적도 없었던거 같다. 경험치의 차이인지 그는 책을 엮어낼 만큼 자신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는데 말이지. 그는 여행을 통해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성숙해졌다고 쓰고있다.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법을 배웠고 크고 작은 선물에 대해 제대로, 깊이 감사하는 법도 배웠다 했다. 그는 여행을 마친 후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무척 신선했다.



반드시 세계여행을 무전여행으로 다녀야 크리스토퍼 샤흐트만큼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깨닫게 되는건 아닐것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만 지낸다해도 내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는 것이겠지. 꿈과 바람으로만 지나치지 않고 실천해보는 용기도 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베껴놓았던 구절들 일부를 소개해본다.

p.134 나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도록 돕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가지 유용한 팁을 주거나 중요한 만남을 주선하거나 그저 용기를 북돋우는 몇 마디 말을 건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미래에 투자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 작은 돌이 어마어마한 눈덩이를 만들 수 있다.

p.211 죽고나면 삶은 무슨 가치를 지니게 될까? ...난 결론을 내렸다. 사는 동안 내가 타인에게, 타인이 나에게 베풀면서 삶의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을.

p.263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어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다. 언어가 아시아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열쇠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했다.

p.295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선을 행하거나 규율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아요. 대신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이에요. 신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 안에 소망이, 그리고 선을 행할 힘이 생겨요. 사랑만큼 우리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해요. 그리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만큼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건 없어요.

p.352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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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나도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 부모님과 가족 모두가 후회하지 않는 치매 안심 가이드
와다 히데키 지음, 김은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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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가까운 주변에서도 치매를 앓는 분들을 많이 보게되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시던 어르신께서 치매로 기억을 잃거나, 걷는데에 불편을 느끼게 되거나, 다른 성격을 보이거나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가슴이 아픈 것은 물론이고 두려운 생각이 밀려왔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거나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공포감을 자아낸 것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많은 경우를 보았으나 각자가 처한 상황을 두고 누구는 이렇게 하던데 누구는 이렇더라 등으로 비교하거나 구설에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긴 했었다. 내 일이 될까봐 겁을 내면서.

이 책에서는 근데 정말 그렇게 경고(?)한다. 내일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세상에는 치매인 사람과 치매가 될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치매를 앓게 되는 원인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노화로 인한 치매는 노인이 되면 거의 대부분 생기는 것처럼 쓰고 있어서 사실을 부인하고 싶었다. 실제로 나의 할아버지는 101세까지 사셨지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정신이 맑으셨고(병원에서 검사도 받으셨으나 치매를 앓지 않으셨다) 외할머니 역시 94세에 돌아가시는 날까지 정신도 맑고 거동이 가능하셨으며 손수 뒷처리도 깨끗이 다 하셨더래서 나는 늙는다는 것이 치매로 연결되는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일본의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가 쓴 책이다. 30여년 동안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수많은 사례를 직접 겪고 치료하며 얻은 내용들을 토대로 썼다.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부모님에게서 변화가 느껴질 때 무조건 치매라고 단정짓지 말라는 것, 노인성 우울증이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치매일지라도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유형의 치매인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1장에서는 부모님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부모님의 노화와 변화와 병증의 신호 등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그럴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제시해주고 있다. 2장은 변하기 시작한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이야기한다. 이 장을 통해 실제상황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히 쓰고 있는데 난 솔직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수긍이 되지 않았다. 내가 본 치매는 결코 간단치 않아서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3장. 부모님의 행복을 원한다면 이란 제목으로 자녀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한다. 2장과 3장의 차이는 2장은 의학적 소견이, 3장은 인간적 도리가 더 가미된 느낌이라 해야할까. 난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4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부모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후회없이 보내기 위해 어떡하면 좋을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것으로 치매에 안걸리거나 치매의 발병을 늦춘다거나 나아지게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많은 노인이 겪는 치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가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것과 내 자신을 더 관리하여 자녀에게 부담을 주는 노후를 보내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노화로 인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부모님을 마주하면서 바람직하게 대처하는 일은 결국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 것인가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점에서 좋았고 숱하게 접하는 치매에 관한 상식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아서(내가 관심이 많아서 그간 읽고 접한 것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다) 내게는 새로운 것이 없어서 아쉬운 책이었다.



p.54 치매가 진행되면 자체 검증 능력이 약해집니다. 전두엽의 위축으로 인한 뇌 기능의 저하 때문인데 심한 경우 검증은 물론이고 감정조절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릅니다. 그리고 증상이 심해지면 본격적으로 망상을 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 이와 같은 망상은 본래 잠재적으로 갖고 있던 의심 많은 성격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p.64 일상 생활의 패턴이 변한 이유를 부모님께 직접 물어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p.83 전두엽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단련하면 감정과 의욕의 노화는 일정 부분 방지할 수 있습니다.

p.85 뇌를 쓰면 절대로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100% 완벽한 사실은 아닙니다.

p.86 익숙한 모든 것들은 우리의 뇌를 자극하지 못한다.

p.89 무의식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나 패턴이 일정하게 고정된 습관 같은 일상의 반복은 전두엽을 활성화시키지 못합니다. 그 업무가 아무리 고난도에 고도의 지적 작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 계산을 한다고 해서 전두엽의 기능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p.138 신체적 능력과 뇌 기능 저하를 늦추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지금껏 해온 일들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p.190~192 치매가 진행 중인 부모님에게 뇌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뇌 트레이닝을 통한 스킬 업이 일상생활의 레벨업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뇌 트레이닝 보다는 오히려 장보기, 정원 손질하기, 요리, 세탁, 손자돌보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치매예방과 진행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p.195 자식이 부모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치매노인을 돌보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게다가 남아 있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생활인입니다. 아무리 자식이지만 중증 치매환자인 부모님을 언제까지나 완벽하게 돌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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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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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처럼만 살지 말라'는 말이 진심이었다면, 다르게 꿈꿀 수 있는 선택지라도 몇 가지 던져 줬어야 했다. 우리라고 방 안에서 화면만 쳐다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스스로 바라는 꿈도, 본받을 만한 어른도 찾지 못했을 뿐인데.(p.193)



슬퍼하라고 쓴 글이 아니었을텐데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몹시 슬펐다.



난 70년대 생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이묵돌은 90년대 생이라고 한다. 나는 그들이 태어나던 90년대엔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고 그때가 나의 이십대 시절이었으므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행복한 시기였다.

내가 그 시절을 기쁘고 충만하게 추억하기에 90년대 생들이 듣는 평가는 의아하게 느껴졌다.

2000년대 생이나 80년대 생들과 90년대 생들의 차이가 대체 뭐란 말인가. 아니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왜 차이가 존재하는거야? 하며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90년대 생들을 이야기 하는 책들이 나오는 것이 엄청 신기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90년대생들을 알고 있거나 그들과 함께 뭔가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체감할 만한 차이를 못 느낀 게 당연하다.

그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그냥 젊은 세대 정도로만 여겼고 2000년대 생부터는 내가 낳아 양육하는 또래들이므로 또 그 나름의 이해가 가능했다.



피라미드 내부의 벽에 이런 낙서가 있었다는 얘길 읽은 게 문득 떠오른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그걸 읽었던 때는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한창 젊은 것이었던 그때의 나는 피식 웃음이 났고 그 낙서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 어른들에게 젊은 것들은 늘 버릇이 없게 보이겠지..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세대 갈등은 윗세대의 책임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최소한 어른이라면 자신들 역시 지나쳐 온 어린시절과 청년의 때가 있으므로 아랫세대의 미숙함, 미성숙함, 불안함, 반항 같은 걸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들도 같은 과정을 겪으며 자라지 않았던가.

그리고 우리에 비하면 우리 이전의 세대들은 얼마나 격동의 세월을 겪으며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가! 그럼에도 오히려 우린 그분들만큼 후세대에게 물려준 게 많지도 않고 헌신적이지도 않지 않은가!

제대로 물려주지 못한(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90년대 생들의 현실이 지금과 같아졌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졌다. 그러나 변명을 해보자면 그것이 우리는 우리나름의 최선이었지 싶다.

아무튼 내가 버르장머리 얘기만 해서 그렇지 이 책은 단순하게 버릇이 있냐 없냐의 얘기가 아니다. 90년대 생들만을 위한 변명 혹은 변호 같으면서도 그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사실은 같이 살아가는 이 시대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거창하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적지 않단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러면서도 우리 또한 그것이 최선이었음을 생각할 때 나는 너무나 슬퍼져버렸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의 제목과 목차들을 봤을 땐 이런 얘기가 책이 된다고? 무슨 알맹이가 있다고! 하고 생각했던 것이 다 읽어갈 즈음엔 완벽하진 않으나 어느정도의 이해를 갖게 된 것 같다.



목차는 이렇다.

90년대에 태어난 게 잘못은 아닌데/ 베이비붐도 아니고 저출산도 아니지만/ 당신들의 희망은 우리였지만, 우리의 희망은 당신들이죠/ 티끌 모아 태산인데 마카롱이나 사 먹는 이유/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니... 이제 와 이러기 있습니까?/ 외로워도 슬퍼도 울 수 없는 캔디증후군/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라 했으면서/ 우리는 부모님의 부캐가 아니에요/ 1년도 못 버티는 습관성 퇴사 증후군이라/ 우리에게 말 걸지 않는 택시가 필요한 이유는/ 당신을 꼰대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 결국에는 우리도 꼰대가 되어간다/ 남녀 갈등? 사이좃ㅂ게 지낼 기회가 있기는 했나/ 어째서 섹스를 섹스라 부르지 못하고/ 불공평해도 공평하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죠/ 이미 정해진 주인공들의 사회/ 게임이나 아이돌, 아니면 유튜브 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세상에 미워할 사람이 부모님뿐이라서/ 지나간 세월을 돌려드릴 순 없어요, 그래도/ 태어난 게 잘못이 될 순 없는 거니까



저자가 90년대를 대표하거나, 이게 전부라거나, 일반화시켜 그들은 다 이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들의 얘길 듣고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이든 혹은 꽤 많은 그들이 있든, 누군가가 이런 사고와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면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개선해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책을 읽었다하여 그들을 다 알게 되었다거나 이해가 된다는 건 아닌데 난 뜻밖에 우리세대를 돌아보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처음과 다르게 지금은 상당한 무게의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p.45 우리는 그런 식이다. 고작해야 마카롱 쯤 되는 고급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혹은 있었다는 것에서 퍽 대단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게 우리의 밋밋하고 추레한 삶에 아주 작은 특별함이나마 부여해 주는 것 같아서.

p.141 가장 염려되는 건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세대 간, 양성 간의 대화가 완전히 단절되는 일이다. 갈등의 당사자들이 마주 보며 이해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제각기 다른 세대로 또한 성별로, 사회계층으로 거듭 분리되다가 마침내 모든이가 혼자가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동시에, 바로 옆방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데.

p.227 슬픈 일일지언정 잘못은 아니다. 그런 네가, 우리가 태어난 게 잘못이 될 순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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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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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마음이 많이 심란했다. 살다보면 마음이 심란해지는 날은 많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들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거나 해결이 되지 않는다해도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눈앞에 닥친 현상 때문에 마음이 아팠고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 마음을 거두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생각을 할수록 생각은 가지를 뻗어나가며 나 자신을 더 괴롭게 했고 수만가지 생각들이 자라나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이는 허투루 먹은 것이 아니었는지, 아님 내가 내 마음 토닥이는 법을 알고 있어서 그랬는지 나는 마음을 돌이켰고 회복중에 있다. 현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나를 갉아먹는 것을 막기로 했고 바꿀 수 없는 과거는 일단 그대로 두고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의 내가 바꾸자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미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미리 고통받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내가 괜찮아져 보이고 확실히 회복이 된 것으로도 보이는데, 괜찮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하여 내가 그 상대방에게 상처를 줘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이 상한 것은 내 감정이었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여겼다.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하면 괴로움은 끝이 없을 것 같았고 관계는 끝장이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수만가지 생각들을 했고 나 자신만을 생각할 땐 한없이 슬펐으나 슬프지 않고싶어서 나를 무시하고 나 자신을 현상 속에서 배제하고 보았더니 마음을 고쳐먹기도 쉬웠고 마음이라는 게 어렵기도 하면서 한편 맘 먹은대로 되는 것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심란했던 와중에 읽은 책이 이 책이다.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괜찮아지고 싶다고.

책을 읽는 것은 읽는 동안이라도 다른 곳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다른 생각을 멈출 수 있어서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주로 책 속으로 도망을 가곤 한다. 이 책은 순전히 제목에 끌려 집어들었다. 한참 고통스러운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책이 도피처가 되어 줄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냥 읽었다. 한글자 한글자 읽어가는 동안이라도 내 생각 속에 파묻혀 괴롭지 않으려고. 그런데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공감을 했고 위로를 받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방법들을 깨닫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그냥 좀 괜찮아진 정도를 넘어 나는 많이 괜찮아졌다.

정신과의사가 쓴 책이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건 의사인 저자가 분명한데 희한하게도 그가 내 얘길 들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을 내가 보게되고 알아주게 되면서 마음이 회복되어갔다.

책에서 하고 있는 얘기는 이런 것들이다. 마음의 연고, 감정이 다쳤을 때/ 마음의 반창고,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마음의 해열제, 가슴에서 자꾸 열이 날 때/ 마음의 붕대, 부러지고 꺾인 마음이 버거울 때/ 마음의 소독약, 노력할수록 삶이 더 불행해지는 것 같을 때/ 마음의 비타민, 살아가는 맛을 유지하고 싶을 때.

이렇게 목차만 보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어려우려나? 내용은 우리가 살면서 겪는 갖가지 일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다치거나 상했을 때 정신과 의사다운 설명을 의사로서가 아닌 잘 들어주는 친구처럼 조심스럽게 그러나 전문가답게 들려주는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다. 판단이나 충고 또는 조언이 아니라 손을 끌어 밝은 쪽으로 바라보고 앉게 해 준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방향제시 해주는것 같은.. 그래서 나는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p.32 편견은 한 번도 힘들어보지 않은 이들의 시각이 아니라 절실한 아픔을 회복한 이들의 경험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서글픈 역설이다.

p.34 극복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다는 것이 의지의 부족함, 마음의 나약함, 삶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p.54 심하게 다친 몸이 움직일 수 없듯 아픔이 지나치면 마음이 멈춘다.

p.125 결국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오래도록 나와 관계를 맺으며 나를 보듬어주고 지켜봐주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p.138 오해는 내가 아는 한정된 상대의 모습으로 저 사람을 안다고 쉽게 생각할 때 자란다

p.166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 하지 마세요. 대신 억지로 나쁘게 생각하려고도 하지 마세요

p.167 마음속에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왜곡하는 틀이 있음을 아는 것.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p.170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며 볼 수 있는 만큼만 본다.

p.190 지금 슬픔의 한가운데서 너무 힘들다면 그 슬픔만큼의 고통만 느끼기를, 슬픔을 밀어내려는 노력이 아픔을 더 선명하게 만들지 않도록 기다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198 위로의 방법은 진심 어린 이해다.

p.246 그때 그 끔찍한 순간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나는 그때가 아닌 지금,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 것.

p.278 행복을 연습하다보면 문득 깨닫는다. 지금 벅찬 것은 어딘가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을. 습관처럼 행복을 연습하다보면 습관처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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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학입시 합격전략 & 합격점수 컷
김기영.장광원.김영수 지음 / 리더스입시교육원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21 대학입시 합격전략 & 합격점수 컷 이런 책이 있다. 책은 전화번호부 처럼 생겨서는 크고 두껍고 무겁다. 이 책은 입학사정관 그리고 대치동 최고 전문가의 입시전략서이다. 입시전략이 뛰어나고 정보력이 암만 좋아도 당사자인 학생이 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만.

우리집에는 2021년도에 수능을 치를 아이는 아직 없지만 2023년도에는 수능을 치러야 해서 난 관심이 많은데 정작 수험생인 우리집 청소년은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더란 이야기. 그래, 이런 책이 재밌는 책은 아니지.

몇 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아이를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학부모 설명회에 갔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입시담당 교사와 나오셔서는 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두어시간이나 했던 일이 있다. 중1짜리들의 학부모를 모아놓고 말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결론이 지방에서는 정보가 부족하고 입시는 자꾸 바뀌고 전형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니 학부모가 늘 관심을 갖고 알아봐야 한다고 했었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학생들이 언제 그런것까지 직접 찾아보고 있겠느냐며.. 그래서 난 공부를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 입시관련정보라도 알고 있으려 관심을 갖고 사는 편이다.

그러나 학력고사세대인 나에게 이런 다양한 전형들은 아무리 듣고 읽어도 여전히 생소하고 복잡한데 더우기 올해처럼 코로나19로 팬데믹까지 이른 상황에서는 입시란 더더욱 알 수 없는 것이 된 것만 같다. 학생들이 등교하는게 어려워지고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강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학력격차는 심화되고 다른 활동들은 제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학생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의 수준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는데에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소개해 보자면 수시모집 지원 시 유의사항과 복수지원의 허용 범위와 금지사항을 알려주고 있고. 서울지역대학, 경기ㆍ인천지역 대학, 지역 거점 국립대학, 그리고 지방권 주요대학을 가나다 순으로 수록하여 각 대학마다 캠퍼스 주소, 입학처 전화번호 및 수시모집 주요전형을 분석하고 정시모집 합격점수 분석과 수시ㆍ정시 모집 단위별 빅데이터 합격점수 컷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으로 현재 자신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학교들을 찾아보고 그에 맞는 전형방법을 찾아 그것에 매진하는것도 방법이겠고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학교나 학과를 찾아 얼마나 더 무엇에 중점을 두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데에 이용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 부록도 알차다. 학생부종합전형 궁금증과 대비방법에 대해 세 명의 저자가 Q & A 형식으로 멘토링 해주고, 자기소개서 평가의 시각과 작성요령, 면접준비의 기본과 대비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전형이 바뀌어 가고 폐지되는 것도 있으므로 당장 입시를 치를 학생에게 더 유익하고 쓸모있는 정보일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조금은 더 전략적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는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입학을 위한 공부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대학을 선정하는데에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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